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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배설>

성스런 모독 스케치 (1) 미완 스케치. 수정. 계속.----------------성스런 모독(Holy Blasphemy) - 13 장면으로 구성된 수난극- 등장인물들:나사렛의 예수 – 남자. 구세주.유다 가리옷 – 여자. 예수의 12 사도 중 한 명. 예수의 연인.시몬 베드로 – 여자. 예수의 12 사도 중 한 명.그 외 12 사도들마르타 – 나자로의 누이나자로 – 예수의 제자. 죽음으로부터 부활한 기적의 증거.성모 마리아 – 예수의 어머니목수 요셉 – 마리아의 남편, 예수의 양아버지사탄 – 에덴의 뱀, 악마, 루시퍼가야바 – 제사장제사장들바라바 – 죄수사울 – 훗날의 바울그 외(예수와 유다 배역을 맡은 배우의 성별은 반드시 같아야 한다. 또한 베드로와 유다 배역을 맡은 배우의 성별은 반드시 달라야 한다. 즉 예수와 유다를 모두.. 더보기
여우비 여우비 서울보다 딱 한 뼘만큼 해가 높은 도시에 살았다 배를 충분한 물로 마땅히 채워야 했다 내다버려도 아침마다 거미줄 치는 거미새끼처럼 끈질기게 살았다 의뭉스러운 나의 취미는 풍선을 입에 문 채 킥보드를 타는 아이를 보거나 쭈그리고 앉아 사포질하는 노동자를 보는 것이었다 집에 들어오면 그림자가 나를 맞아주었다 모든 것은 습관의 문제였다 장을 보고 나왔을 때 촉촉해진 아스팔트를 보면 소시지 치즈 닭고기 동전 영수증 눈물 초콜렛이 톡 떨어져 와르르 쏟아졌다 꼭 그래야만 했다 톡이 먼저고 와르르가 그 다음이었다 전부 제 갈 길을 가는데도 흘러내린 화장이나 챙기는 내가 우스워서 연극처럼 웃었다 거미가 웃으니 아이가 웃고 노동자도 따라 웃었다 텅 빈 자리에 간신히 매달아 놓았던 추가 톡 떨어져 무너졌다 *노트 .. 더보기
#16 페스츄리 봉투에 적다 페스츄리 봉투에 적다 차고 슬픈 것이 어른대는 날이면 생각이 새끼를 친다 이 더운 고장 창가에는 냉기가 감돌지 못하여도 방 한켠에 소복이, 머리카락과 엉기어 가는 연필 꾹꾹 눌러 흰 편전지에 담은 네 목소리에서 먼지를 털어 볼까 하다가 문득 참는 것이다 국방색이 가득한 막사에서 밤을 잘라 편지를 썼을 너를 생각한다 혹시라도 반송되면 우표 좀 더 붙여 꼭 부쳐 달라고 봉투에 눌러 당부해 적은 말과 너의 어머님의 얼굴을 함께 생각한다 편지와 시 나부랭이와 빗소리 섞인 피아노 음악을 네 속에 심어두고 물 주어 기른 사람은 아마도 나였을 것인데 그 씨앗이 무엇이 될지, 그때 나는 아마 알지 못했던 것이다 세월의 지층을 헤집으며 나는 또 나는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임을 세월은 갈라지고 합쳐지고 다시 갈라져 가는 것.. 더보기
#15 대안적 사랑 원고번호 1 작희대안적 사랑(같이 읽으면 좋은 책: 알랑 바디우, 사랑 예찬)I recognize you means that I cannot know you in thought or in flesh. The power of a negative prevails between us. I recognize you goes hand in hand with: you are irreducible to me, just as I am to you. We may not be substituted for one another. You are transcendent to me, inaccessible in a way, not only as ontic being but also as ontological being (whic.. 더보기
일반적 희극 1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푸줏간, 거대한 고깃덩어리 사이에 하얀 시트를 씌운 침대 하나가 놓여 있다. 축축한 고기 사이로 시트가 희게 빛난다. 남자 1과 여자, 무대 양쪽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걸어나온다. 침대 양 옆에 고기를 찍는 갈고리가 하나씩 놓여 있다. 남자 1과 여자가 그것을 집어들고 침대에 걸터앉는다. 여자 실리카겔의 교훈을 알아? 남자 1 뭔가 좀 먹었으면 좋겠어.고깃덩어리 하나가 천장에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여자 나를 먹어. 먹어.남자 1 먹을 것이 없어.여자 [자리에서 일어난다.]바다사자가 말하네, 난 너희를 위해 울지, 너희를 가여이 여기지, 울며 눈물을 펑펑 쏟으며 그는 그 중 큰 것들을 골라냈지, 눈물 줄줄 흐르는 눈가를 손수건으로 훔쳐내며. 목수는 말이 없지 -- 내 태반.. 더보기
#14.5 나는 원고번호 1 작희나는그의 인생에 똥이었다. 더보기
#14 막음과 마감 원고번호 1 작희막음과 마감 (모 후배가 공유한, 사랑과 죽음과 마감은 막을 수 없다는 말을 보고 도서관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길에 생각한 글이다. 그동안 차마 소수점 이상으로 글 번호를 매길 수가 없다가 오랜만에 뭔가를 올린다. 배설은 역시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오게 되는 곳이다. 제목을 제대로 붙이자면 사랑과 죽음과 마감이라는 말을 모두 넣어야 하겠는데, 그랬다가는 당초에 글을 읽지도 않을 사람이 많을 것 같았다.) 마감, 이라는 단어는 그 어감과는 다르게 순우리말이다. 막음, 과 뿌리를 나누는 말(막장과도 물론 관련이 있다)이지만, 굳이 의미를 잘 더듬어 생각해보면 마감 쪽이 조금 더 나이가 많은 사촌일 것이다. 막다는 동사는, 막(끝)에 이르게 되는 것을 어딘가에 부딪혀 중단하도록 만든다는 의미에서.. 더보기
ground zero 거대한 폐허 깜빡이고 있는 구멍을 바라본다그곳말고 다 보여주던 테레비가 침묵한 장소를내가 바라봄을바라본다 이런 시대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모든 것이 가능해진 시대에할 수 있는 건 죽음혹은 만연하는 삶부채표 까스활명수로 나를좀 살려다오 에미야울부짖었을 연기들 그을음들죽음과 죽음 사이에서 번민하는문명세계 어느새 내 가슴으로 옮겨온 구멍은더 이상 커지지를 않고조용히 나를 관찰한다귀를 대보면한숨소리숨소리소리 여기는 그라운드 제로란다 더보기
#13.95 근황/ radioactive decay로서의 삶, 에 관하여 배설의 화석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작희 원고번호 1Radioactive Decay로서의 삶, 에 관하여 눈을 감으면 절로 눈물이 나는 때가 있다. 요즈음이 좀 그렇다.비교문학199 세미나는 네 명이 듣는 수업이다. 파키스탄-우크라이나 혼혈의 아이샤는, 학기 초 조기졸업 예정자인 내가 수업을 같이 듣게 되었을 때 세 명보다는 네 명이 낫다고 말해 주었다.레이첼은 동부의 보딩스쿨을 졸업하고 서부로 대학을 왔다. 전형적인 미국 가정에서 자라 조금 비전형적인 전공을 택했다.알베르또는 엘살바도르 이민 가정 출신이다. 뉴저지에서 자랐고, 나이를 세는 숫자에 -teen이 붙자마자 여자친구를 사귀고 갈아치우기를 반복한다는 여느 라티노 소년들과는 달리, 알베르또는 공부벌레요 시인이었고, 그래서 여러 남자 친척들은 그런.. 더보기
불한당 - 불한당가 리뷰 불한당 - 불한당가 리뷰 (2013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싱글 부분 노미네이트를 축하하며) ['한국'힙합 vs 한국'힙합'] 지난 20여년간 한국힙합씬의 발전을 이끌어냈던 사조는 크게 두개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한국적인 무언가를 찾아내서 힙합에 적용하자는 사조이다. 다른 하나는 힙합은 결국 힙합이고, 결국 한국힙합은 미국 본토의 힙합보다는 현재 열위에 놓인 상태이기에 최대한 발전된 형태의 '본토힙합'을 추구해야 한다는 사조이다. 즉, 한쪽은 '한국힙합'에서 '한국'을 강조한 것이고, 다른 한쪽은 '힙합'을 강조한 셈이다. 전자의 대표주자가 '가리온'이라고 한다면, 후자의 대표주자는 현재로서는 Swings와 E-sens를 뽑을 수 있다. 이 두 사조는 지난 시간동안 서로의 지속적인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