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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배설>/JHALOFF

성스런 모독 스케치 (1)

미완 스케치. 수정.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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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런 모독(Holy Blasphemy) 

- 13 장면으로 구성된 수난극-


등장인물들:

나사렛의 예수 – 남자. 구세주.

유다 가리옷 – 여자. 예수의 12 사도 중 한 명. 예수의 연인.

시몬 베드로 – 여자. 예수의 12 사도 중 한 명.

그 외 12 사도들

마르타 – 나자로의 누이

나자로 – 예수의 제자. 죽음으로부터 부활한 기적의 증거.

성모 마리아 – 예수의 어머니

목수 요셉 – 마리아의 남편, 예수의 양아버지

사탄 – 에덴의 뱀, 악마, 루시퍼

가야바 – 제사장

제사장들

바라바 – 죄수

사울 – 훗날의 바울

그 외

(예수와 유다 배역을 맡은 배우의 성별은 반드시 같아야 한다. 또한 베드로와 유다 배역을 맡은 배우의 성별은 반드시 달라야 한다. 즉 예수와 유다를 모두 남자가 연기한다면, 베드로의 배역은 여자가 연기해야하며, 예수와 유다 모두 여자가 연기한다면, 베드로는 남성이 연기해야 한다. 그 외 배역들의 성별은 연출가의 재량에 맡긴다)


장면 1 - 황야

(무대 중앙에 나사렛이 서있다. 흰 옷을 입었으며 머리는 길지만 수염을 기르진 않았다. 어떤 면에선 여성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의 옆엔 유다 가리옷이 서있다. 그녀는 수수하지만 매우 아름다운 여성이며 어떠한 경건함마저 느껴진다. 어떤 면에선 그녀는 나사렛보다도 더 메시아에 어울려보인다. 그녀는 선천적으로 시력에 문제가 있어 거의 장님과 같다. 따라서 그녀가 예수를 볼 때는 최대한 예수를 향해 얼굴을 들이밀어야 한다. 그녀의 배는 조금 나왔는데, 이로서 관객은 그녀가 임신 중이란 것을 깨달아야한다. 그녀가 말을 하지 않을 때엔 항상 두 손으로 배를 소중히 감싸고 있어야 한다. 

무대의 왼쪽에 벼락에 맞은 떨기나무 한 그루가 불타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 것도 없다.)


유다: (나즈막히) 저를 사랑하나요, 나사렛? 그 입으로 말해주세요.

나사렛: (어떠한 감정도 싫지 않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내가 다른 모든 이를 사랑하는 것처럼.

유다: 당신은 모든 제자들을 똑같이 사랑하죠. (실망한 듯) 하지만 나는 다른 것을 묻는 거예요. (침묵) 그렇다면 저를 사랑하나요, 나사렛, 당신의 연인으로서?

나사렛: (여전히 어떠한 감정도 싫지 않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내가 다른 여인들도 사랑하는 것처럼.

유다: (짜증난다는 듯) 아니오, 나는 그런 사랑을 묻는 게 아니에요. 당신은 우리의 메시아로서 우리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죠. (기대하며) 하지만 당신은 저를 아내로서 사랑하나요, 나사렛?

(침묵)

유다: (실망한다) 대답하지 않는군요.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랑을 원해요. (침묵) 당신의 연인이자, 아내로서, 나를 사랑하나요? 

나사렛: (온화하게) 나는 너를 사랑한다. 양떼를 사랑하는 목자처럼.

유다: (조금 성을 내며) 하지만 그건 동등한 사랑이 아니에요, 그저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랑일 뿐이죠. (그리곤 약간 나사렛과 거리를 둔다) 나는 당신과 서로 마주보는 그런 사랑을 원해요. 말해줘요, 나사렛, 사랑한다고, 당신을 그 어느 것보다 사랑한다고, 연인으로서, 남편으로서 나를, 나, 유다 가리옷을 사랑한다고. 저를 사랑하나요, 나사렛?

나사렛: (온화하게, 그러나 어조의 높낮이는 없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제자 유다야, 내가 일찍이 말했지만, 하늘나라에선 결혼이 없으며 지상에서 부부였던 자들도 모두 똑같은 아버지의 자식들일 뿐이다.

유다: (차갑게) 하지만 우리는 지상 위에 있죠. (침묵) 다시 한 번 묻겠어요, 저를 사랑하나요, 나사렛?

(침묵)

유다: 스승님? 내 사랑? (침묵) 나사렛!

나사렛: 나는 유다, 너를 사랑한다.

유다: 사랑, 사랑, 당신은 언제나 사랑을 설교하죠, 나사렛. 그럼 그 사랑을 표현해주세요.

(나사렛, 유다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혀서 유다의 발에 입을 맞추려고 한다. 유다는 처음에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 채지 못한다. 그녀는 그가 입맞춤을 할 것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상황을 눈치 채면, 그녀는 실망하며 나사렛에게서 몸을 피한다)

유다: 아니, 나는 이런 것을 원하지 않아요, 이런 것은 당신이 제자들에게 표현하는 방식이죠.나는 나만을 위한 방식을 원해요.

나사렛: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유다야, 너는 언제나 나의 사랑하는 제자였다. 네가 그 사랑을 의심하면 나는 어떠한 방법을 써도 그 오해를 풀고 싶다.

유다: 제자, 제자, 당신은 알면서도 피하고 있군요. 당신을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열 두 명이나 있는 사도들은 이미 당신의 사랑을 받았죠! (침묵) 나도 한때 당신의 12명이나 되는 수제자 중 한 명이었어요. 하지만 이젠 제자 그 이상이죠. 나는 당신의 연인이자 아내니까! 봐요-(배를 불쑥 내밀며)- 당신과 내가 함께 창조한 것을 보라고요! (침묵) 우리의 아이, 사랑스런 우리의 아이. 당신은 제자들에게 살과 피라면서 빵과 포도주를 나누어주었지만, 내 뱃속엔 당신의 진짜 살과 피가 들어있어요. 난 나와 우리의 아이를 향한 당신의 표현을 원한다고요!

나사렛: 그럼 내가 무엇을 해주기를 원하는 것이냐, 유다야?

유다: 우리의 아이를 위한 축복.

나사렛: 모든 생명은 아버지의 자식들이며 모든 생명은 축복받았다. 나는 다른 모든 어린 양들처럼, 그 아이에게 축복을 기도할 것이다.

유다: 아니,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에요! 이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것을 누려선 안 돼, 그들의 왕이 되어야지. 

나사렛: 유다야, 아버지 밑에선 모두가 똑같다, 카이사르든, 사마리아인이든, 모두가 똑같은 자식들이다.

유다: 그건 인간들의 경우죠. 당신도 아시다시피 우리 아이는 달라야 해요, 나사렛. 이 아이는 신의 아들의 자식이라고요. 당신이 말하는 하늘의 아버지와 진짜 피가 이어진 아이에요. 난 우리의 아이가 천사들의 축복을 받으며 하늘의 왕좌에 오르기를 원해요. (침묵) 당신은 말하겠죠, 이런 오만함은 루시퍼의 오만함이라고, 하지만 그건 틀려요. 나는 한 어머니로서 원하는 거예요. 그리고 난 그것을 요구할 권리가 충분히 있고요. 난 신의 아들의 제자이자 신의 아들의 부인이며-(소중한 듯, 배를 만지며, 신성함이 느껴지도록)-신의 아들의 자식을 가진 어머니에요. 당신의 어머니 동정녀 마리아께서 당신을 가지셨을 때, 당신의 아버지는 당신의 미래를 기약했죠. 대천사를 보내서 탄생을 축복하고, 온갖 고난을 피하게 하셨으며 권능을 누리게 했어요. 그렇다면 나도 같은 것을 원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나사렛? (침묵) 나사렛?

나사렛: 나는 사람의 아들이다. 그러니 그 아이도 곧 사람의 아들이 될 것이다.

유다: 하지만 당신은 온전한 신의 아들이기도 하죠, 당신이 설교했던 것처럼. 나는 지금 당장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에요. 내가 당장 원하는 것은 그저 간단한 약속이에요. 당신이 나와 우리의 아이를 진심으로, 그 어느 것보다도 사랑한다는 표식을. (침묵) 나사렛?

나사렛: 유다야, 나는 너와 너의 아이를 사랑한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의 자식들을 사랑한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다.

유다: (화를 내며) 아니야, ‘너의 아이’가 아니야, ‘우리의 아이’지! (나사렛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붙잡고, 자신의 배에다 갖다 댄다) 당신과 나의 아이야. 당신의 어머니와 달리, 당신과 내가 같이 만든 아이. 그리고 나는 그 책임을 요구하는 거고. (침묵) 아니면 당신은 의심하는건가요, 이 아이가 당신의 아이가 아닐 거라고? 그런  건가요? 오직 당신만을 사랑하며 당신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당신에게 헌신하는 이 나를? 이 유다 가리옷을?

나사렛: 아니다, 유다야, 나는 안다, 너와 너의 사랑을. 거기엔 한 티 끝의 의심도 있지 않다. 

유다: (히스테리적으로) 당신은 거짓말하고 있어! 당신은 의심하는거야, 나와 우리의 사랑을! 그래, 언제나 다른 여인들과 함께하는 자칭 구세주 나으리, 나 말고도 다른 여자들도 건드신 겁니까? 저를 유혹하고 이젠 필요가 없으니까 버리려는 것이겠죠,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자칭 신의 아드님이자 왕께서 내가 결백한지 부정한 여인인지조차 모른다면, 당신께서 그렇게 잘 하시는 기적이라도 부려보시죠. 기적이라도 부려서 저와 제 아이를 죽이고 당신의 오점을 없애보시죠! 죄 없는 자만이 첫 돌을 던져야 한다면, 어서 돌을 던지라고! (웃으며) 이미 당신은 돌 하나 던질 자격이 없겠지만 말이야! 

(침묵)

유다: (나사렛에게 가서 무릎을 꿇고 그의 바짓단을 잡으며) 아니에요, 미안해요, 나사렛, 내가 잘못했어요, 진심이 아니었어요. 

(나사렛은 말없이 유다의 볼과 눈에 입을 맞추고 그녀를 일으켜 세운다)

나사렛: (조용히) 조만간 너는 누구보다도 가장 중요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유다야.

유다: (울먹이며) 나사렛, 저는-

(시몬 베드로 등장. 그녀는 유다보다 젊으며 화려한 옷차림의 미인이다.)

베드로: (나사렛에게) 주님, 예루살렘에서 온 문둥병자들이 주님을 뵙기를 원합니다.

나사렛: 알았다, 베드로야. (유다에게) 조만간 다시 이야기를 하자구나, 유다야.

(나사렛 퇴장)


(장면1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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