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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배설>

#12.5555555555 안암과 초하와 전견 당나귀 이 (비행기에서 쓰는 미친) 글을 편집장 쟐롶과 고통 받을 그의 큰창자와 똥꼬에게 선사합니다. 유한소수의 번호조차도 아까워 무한소수의 번호를 매겨 둔 뻘글입니다. 원고번호 1 작희 안암과 초하와 전견 당나귀 나는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이 글을 대체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를 도무지 몰랐을 것이다. 수위를 높여 쓰기를 거듭 권하던 쟐롶의 말을 듣기도 쉽지 않은 것이, 나는 팡팡팡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글은 전혀 쓰지를 못한다. 그건 아마 내가 읽은 책들에서 전반적으로 그런 식의 상세한 묘사가 잘 이루어지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군다나 남성 간의 성교를 문학에서 접해 본 일은 정말이지 없는 것 같아서, 상상력을 발휘해 보고자 하여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제 그 글 하나를 보겠다고 영수증 두.. 더보기
시- If All Else Fail- If All Else Fail- 만일 이 모든 것이 실패한다면만일 이 모든 것이 실패한다면 돌이 그곳에 있든 있지 않든강물이 흐르던 흐르지 않던 한 번 흐르든 두 번 흐르든 만일 이 곳에 물이 없고 불만 있다면만일 이 곳에 불은 없고 물만 있다면만일 이 곳에 물도 불도 없고 나만 있다면만일 나만 있고 나만 없다면 만일 순례자의 성지가 사라져버리면만일 시를 쓸 이도 읽을 이도 없다면만일 무의미한 소리만 도처에 횡횡한다면 끝이 왔을 때과거와 미래가 만나고현재가 사라져버릴 때무한과 마주할 때가 도래하고그것을 간절히 기다릴 때쾅 소리 대신 흐느낌만 있다면 만일 이 모든 것이 실패한다면만일 이 모든 것이 실패한다 해도사과나무나 한 그루 베리라 더보기
#12.25 즈 수이 데졸레, 미안합니다, 나는 저버림을 당했습니다 연말연시 특집, 버터 바른 글을 써 봅니다. 그래서 여러분께도 데졸레. 원고번호 1 작희즈 수이 데졸레, 미안합니다, 나는 저버림을 당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지난 6년 동안 크리스마스에 남자친구가 없었던 적이 없다. 올해 한 해는 혼자 있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이렇게저렇게 들어온 싫고 좋은 약속들을 다 미루고 앞당겨 저녁을 집에서 먹었다.연애를 하지 않게 된 후로 술은 늘었다. 물론 늘었다고 해 보아야 한 주에 싼 와인 한 병씩이다. 공기 빼는 도구가 없다 보니 일단 사 둔 와인은 일주일쯤 지나면 쉬어 있기 십상이라 작은 유리병에 나누어 담아 두는 요령도 생겼다. 와인이 있으면 혼자 보내는 저녁도 견딜 만 한 것 같았는데, 집에서는 술을 마시지 못하게 되어 있고 '혼자'도 아닌 애매한 인원이 거실에 모.. 더보기
어둠의 뒷편 빛의 뒷편에는 어둠이 있겠지만, 어둠의 뒷편에 빛이 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빛에는 모든 색깔이 다 숨어있지만 어둠에는 아무 색깔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둠의 뒷편에 무엇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일단 아무 것도 없다고 답해야 한다. 어둠에게는 어둠 나름대로의 원리원칙이 있어서, 사람이 어둠의 뒷편을 탐험하는 것은 유감스럽지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신 한 사람의 생애에 고작해야 한두 번 찾아올 아주 특별한 순간이라면 빛과 어둠의 틈새를 조금 엿보는 게 가능할 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가능하다. 시간이 앞에서 뒤로 흐르고, 중력이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때가 오면 어둠의 속살이 희미하게 보인다. 신앙 서사시처럼 거룩한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는 인간의 몫이다. 그 때도 당당한 인간으로서 존재할 .. 더보기
첫번째 크리스마스 나의 첫번째 크리스마스(If all else fail) 크리스마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내 시계바늘은 지난 십여년간을 거꾸로 돌아 이제는 모든 것이 어렴풋한 2001년에 도달하게 된다. 나에게 2001년 이전의 나에게는 실질적으로 크리스마스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건 내가 초등학교 4학년, 그 모든 것들을 차츰 알아가던 때의 이야기이다. 순진하게도, 나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 산타의 존재를 믿었다. 변명을 하자면, 그 전까지는 아무도 나에게 산타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미디어에서는 여전히 산타를 말했고, 성실하게도 크리스마스 아침에는 언제나 트리 밑에 선물이 있었다. 그것이 내가 꼭 원하던 선물 - 포켓몬스터 피카츄버전과 그것이 돌아가는 에뮬레이터 등의 - 은 아니었을 지언정. 그러나 그때도 .. 더보기
불치병 불치병 끝이 시작되는 지점에서더 이상 가망 없는 것들을 사랑한다내가 낳은 통증의 생김새를아낌없이 상상한다 기울어진 석양겁에 질린 동물처럼사다리를 타고 오르면문 속에 문이 있고짓다 만 거미집이 늘어진다 그물의 형상손잡이 없는 찻잔이빙글빙글 기만하고홀수 명의 모임은 언제나공정할 줄을 모른다 테이프가 끊길 때까지감고 감아도 만날 수 없는건너편의 아픔 또 하루를 중얼거린다 (2013.12.20.) 역시 이럴 때는 시를 써야 한다.못 써도 써야한다. 더보기
잠시 방문한 백척간두 그러니까, 또 한없이 게을러지고 있었다.저 밑바닥까지 퍼져 눌어붙어있는 나를 억지로 끌어세워 일에 박아 넣었더니, 오늘 잠시 숨돌린 사이에 튕겨져 나가 또 바닥에 붙어버린 셈이다.순식간에 내일을 바라보고있던 일정과 어제 끝냈어야 할 일들까지 다 날아가버렸다.나는 이제 요령이 늘어서 금방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는 계획을 세워버렸다.집에 돌아오니 다 떨쳐버리려는 나에게 그 일을 엄마가 손에 쥐어주었다.나는 잡지 않겠다고 몸부림치면서 다시 한번 못내 엄마를 원망했던 것같다.내가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미리 쳐내겠다고 했는데, 그 때도 무작정 하라고 하더니 또 다시 뭐든 해보라고 하는게 너무 버겁고 무작정 미워서.그리고 그 짧은 사이에 또 한번, 내 삶의 방식과 엄마가 믿고 있는 방식, 그 사이의 간격과 닮음,.. 더보기
제목 미정(2) 강남역에 있다고 하길래 기대하고 찾아간 학원의 내부는 놀라울 만큼 허름했다. 석유난로라도 때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의 교실에는 대여섯 명의 남녀가 앉아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를 나라의 말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이 정도나 된다는 것이 남자는 신기했다. 무엇보다 더 신기한 건 그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가르치는 선생이 있다는 것이었지만. 곧 그 나라에 파견될 회사원과 어릴 때 그 나라에 잠시 살았지만 다시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고등학생, 여러 언어에 관심이 많다는 아주머니. 전부 그럴 듯한 이유이면서도 왜 하필 그 나라냐는 질문에는 다들 웃어넘길 뿐이었다. 상부의 지시라거나, 어릴 때의 경험, 언어 자체에 대한 흥미는 굳이 그 나라가 아니더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었다. 한편 자주 그.. 더보기
#11 세상은 어찌 보면 아름다운 곳일지 모르나 편집장 쟐롭을 사악하다 사악하다 부르지만 역시 글을 쓰지 않은 것은 잘못입니다. 마침 오늘은 크리스피크림 도넛을 세 개 먹었으니 이대로 자다가는, 이틀 뒤 귀국을 했을 때 빼빼로 같은 서울 여자들을 본 후 저의 스트레스가 너무 클 듯 하니, 밀린 원고라도 완성하고 자겠다는 심산으로 글을 씁니다. 원고번호 1 작희, 잭희, 자키베틀라나, 키베틀라나, 키배뜰... 아닙니다. 세상은 어찌 보면 아름다운 곳일지 모르나 본 웹진의 편집장 쟐롭은, 배설은 희망을 찾아가기 위해 만들어진 힐링 블로그가 아니라고 말했다. 먼젓번 원고도 사실은 '멸종'에 대한 이야기이니, 그다지 희망적인 이야기는 못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민족의 정서는 '웃음으로 눈물 닦기,' 즉 웃으면서 체념하기가 아니겠는가. 생각해보면 나는 진로 .. 더보기
그렇게 사랑했다는 걸 깨달았을 때엔 아니 이런! 생각해보니 그냥 남의 게시판에다가 쓰면 그 사람 이름으로 글이 써지는 거군. 배설은 상당히 위험한 지반에 기초해있다. 하지만 조용히 내 이름 아래에 글을 쓴다. 오래된 연인이라는 말은 오랫동안 사귀어온 상대를 뜻하거나, 기억 한 가운데 조용히 묻혀있는 그(녀)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봤자 한끗 차이 아닌가? 전자하고 헤어져서 몇 해쯤 지나면 후자로 전환되니까. 이런, 시간의 흐름을 너무 가볍게 말해버렸다. 허나 망각은 시작되고 나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래서 이제 나는 오래된 연인에 대해 기억하지 못한다. 방금은 독일어에 대해 생각해봤다. 몇 해 배우다가 대학 와서는 손도 대지 않던 것을, 이상한 바람이 불어서 다시 공부하기 시작한 게 불과 일 년 전의 일이다. 단어도 얼마 외우지 않고 연습..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