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끝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더 이상 가망 없는 것들을 사랑한다
내가 낳은 통증의 생김새를
아낌없이 상상한다
기울어진 석양
겁에 질린 동물처럼
사다리를 타고 오르면
문 속에 문이 있고
짓다 만 거미집이 늘어진다
그물의 형상
손잡이 없는 찻잔이
빙글빙글 기만하고
홀수 명의 모임은 언제나
공정할 줄을 모른다
테이프가 끊길 때까지
감고 감아도 만날 수 없는
건너편의 아픔
또 하루를 중얼거린다
(2013.12.20.)
역시 이럴 때는 시를 써야 한다.
못 써도 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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