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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배설>/에이넉스

크로키 - 잉투기(약스포)

크로키 - 잉투기


0. 예정에 없던 영화였는데 1)개봉 전에 볼수 있다길래 2)시네마틱 토크 한다길래 압구정까지 달려가서 봄. 


1. 잉투기는 잉여들의 투쟁입니다. 지금은 모든 온라인 커뮤니티를 끊어버렸지만, 저 역시 한때 온라인 커뮤니티에 심취했던 사람으로 이 이야기가 완전히 남의 일이라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사실, 극단으로 치닫는 경쟁사회와 그의 대칭점으로 생겨난 대잉여시대가 공존하는 지금이기에, 이 이야기가 온전히 남의 일일 수 있는 20대 역시 그리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2. 주인공 태식(칡콩팥)에게는 세개의 '상'이 각각 분열되고 뒤섞이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이는 각각 가상, 현상, 그리고 허상입니다. 현상의 결핍이 가상의 비대함으로 '칡콩팥'을 잠식해오게 됩니다. 그러나 이 가상세계가 현실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것이 과연 어디까지 가상이고 어디까지 현상일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 볼 수 있게 되죠. 결국 가상과 현상이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현피사건으로 인해서 칡콩팥은 세번째 상, 허상으로까지 분열되게 됩니다.


3. 가상 현상 허상이 뒤엉키는 가운데 '영자'만이 오히려 홀로 신이 납니다.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사실 1%의 병신과 99%의 청중들로 이루어지죠. 영자는 인터넷 방송을 하는 bj로 '병신'의 일종이지만, 동시에 청중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중적인 성격은 '더 자극적인 병신쇼'를 갈구하게끔 만듭니다. 


4. 희준(쭈니쭈니)은 가장 소극적인 형태의 병신입니다. 뭐 하나 열심히 해본적 없고, 이뤄낸거 없는 그냥 잉여. 인터넷 상에서나 현실에서나 모두 가장 위축된 형태의 병신입니다. 


5. 희준과 태식은 잉여를 탈출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영자'는 오히려 현상을 제거해버립니다. 그러나 마지막 세 병신의 삼자대면은 결국 셋 모두 여전히 병신이라는 것을 확인해줄 뿐입니다. 희망이 없지는 않아요. 막갤처럼 병신끼리 서로 감싸안을수도 있으니깐. 그러나 아마 그러지 못할겁니다. 그들은 여전히 병신이고, 여전히 내몰린 존재들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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