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번호 1
작희
한심한 남자를 좋아하는 것에 대하여
형용사
「…이」 정도에 너무 지나치거나 모자라서 딱하거나 기막히다.
~ 네이버 국어사전
나는 한심한 남자가 좋다.
그건 아마도 그냥 남자가 좋다는 뜻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나는 한심한 남자가 좋다. 보고 있으면 피식 웃음이 나오는데, 본인은 왜 내가 피식 웃는지를 잘 모르는--그러니까 뼛속까지 한심한--그런 사람이 좋다.
딱히 그런 사람과 연애를 하고 싶다는 뜻으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심한 남자와 연애를 제대로 시작하라고 하면 그 한심함이 좋은 내가 더 한심해져서 아마 거절할 것 같다.
다만 연애를 하다 보면 한심하지 않았던 남자도 점점 더 한심해 보이고, 그 한심함을 '기막혀'하지 않기 위해서는 애초부터 한심한 것을 알고 무엇이든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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