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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배설>/에이넉스

홍상수 감독의 '우리 선희' 퀵 리뷰 with 스포일러

홍상수 감독의 '우리 선희' 퀵 리뷰 with 스포일러


0. 영화 리뷰를 좀 쓰려면 두 번은 봐야 할 것이고, 제대로 쓰려면 세번은 봐야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한번 만 봤으니, 내가 쓰는 리뷰는 이 영화에 대한 크로키 정도 되겠다. 


1. 여타의 홍상수 영화가 그러하듯(솔직히 말해서 직접 보진 못하고 듣기만 했다만), 이 영화 역시 계속해서 반복된다. 대화가, 평가가, 구도가, 인물이, 행위가, 음식이(치킨이!), 그리고 술이. 술이 중요하다. 이 영화를 단순반복이 아닌 '변주'로 만들어주는 요소는 술이다. 


2. 그러는 구도 가운데에서, 반복과 변주가 이어지고 꼬리를 무는 가운데에서 이야기는 계속 전개된다. 특별한 긴장감이 있는 것은 안다. 이야기에 기승전결이 있다면, 기 - 승 - 승 - 승 - 승 - 승 - (전) 결 같은. 영화는 별다른 굴곡 없이 자유곡류해 바다로 떠내려간다. 


3. 사실, 우리가 동년배의 누군가에게 조언을 듣고 구해봐야 뭐 별거 없다. 다들 어디선가 주워들은 얘기들 대강 짜 맞춰서 얘기할 뿐이다. 그런 허망한 이야기가 네 명의 닫힌 사회에서 반복되고 변주되어 돌고 또 돈다. 영화는 그러한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 주고, 그것은 심지어 코믹하기까지 하다. 


4. 약간 수위를 높여보겠다. 라임처럼 변주되고 반복되는 '승'이 끝나면 빠르게 전결이 모습을 보인다. '전'부터는 반복이 선희와 최교수의 전화통화 씬으로만 줄어든다. 결말은 모두가 선희에 대해서 같은 평을 공유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셋이 사실은 구멍동서라는 것은 공유되지 않은 채. '나의 선희'가 아니라, '우리 선희'인 것이다. 제목부터가 일종의 섹드립인 셈이다. 


5. 홍상수 감독이 직접 미성년자 관람 불가를 요청했다는데, 그것은 일면은 노이즈 마케팅일 수 있고, 일면은 감독의 작가정신일 수 있다. 내가 보기엔 둘 다 일리 있는 얘기이다. 확실히 미성년자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영화이다. 그것은 홍상수 감독이 한 말이 맞다. 그러나 같은 맥락으로 그런 노이즈로 호기심을 자극한 것 역시 계산된 것이리라. 미성년자가 홍상수 감독 영화 '따위'를 보러 갈 이유는 없으니. 어차피 안 올 사람 못 오게 하는 건 그냥 노이즈 마케팅일 뿐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