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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배설>/작희

#5 미뢰

왜 끊임없이 글 번호가 4.5에서부터 반절되는가 하면, 제논의 역설에 대한 오마쥬적 표현이다. 써놓고 보니 아마 나는 그에게 커피 같은 사람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작희

미뢰에 대해

"나에게 있어서 사랑은 밥 먹는 일의 즐거움 같은 것이다. 연애를 시작했을 때 나는 심한 섭식장애에 걸려 있었고, 뭐든 먹지 않겠다고 꼭 물에 던져진 패류(貝類)처럼 입을 꼭꼭 다물었던 나에게 먹는 일의 즐거움을 가르쳐준 사람이 그였다. 먹는 일의 즐거움을 '찾아' 주었다는 표현 또한 아마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집은 먹는 일에 그렇게 집중하지 않았고, 그냥 있는 음식을 먹고 난 후 할 일을 하는 정도로, 음식물은 '섭취'되어야 하는 그 무언가였지 즐길 수 있는 대상은 아니었다. 그는 나에게 비린 것과 단 것, 짜고 시고 매운 것을 가르쳐줬다. 그래서 그는 나에게 미뢰 같은 사람이다. 내가 아끼는 후배와 동생들에게 지갑을 탈탈 털어서라도 맛있는 것을 사 주고, 모찌처럼 나날이 통통해지는 여동생이지만 외출할 때마다 간식을 사 먹이는 것은, 사랑이란 포슬하니 잘 지어진 밥과 같은 그 무언가라는 믿음의 표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