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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배설>/에이넉스

영화 리뷰들(설국열차/더 테러 라이브, 관상, 우리 선희)

1번 2번 3번 리뷰중 하나를 다듬에서 다른 곳에다가 제출을 해야하는데... 어느쪽이 좀 더 다듬어서 낼만한지 평을 좀 부탁드려요. 2번이랑 3번은 정말 크로키처럼 순식간에 쓴 글이라 약간 허접해보일수는 있지만, 뻗어나갈 포텐셜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서 올립니다. 


여간해서는 피드백이 안달리는 이 공간이지만은, 여러분들의 댓글을 부탁드림. 




1. 더 테러 라이브 /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 VS 설국열차


선 세줄 요약

더 테러 라이브 : 아무생각 없이 하정우 얼굴만 쭉 쳐다보면 되는 영화. 하정우의 하드캐리.

설국열차 : 영화를 보는 것보다, 보고 나서 노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그래서 결론 : 둘다 보세요. 


[본격 스포일러]


 영화를 평가를 할 때 저는 보통 설정, 각본, 연출, 그리고 연기로 나눠서 생각을 합니다. 뭐 어디서 배운 것도 아니고, 제가 전문가도 아니지만은, 나름 효율적인 툴이더군요. 


 먼저 방금 보고 온 더 테러 라이브 얘기를 먼저 할게요. 더 테러 라이브의 설정이나 각본 자체는 평균이나 평균 이하 점수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말했듯, 이 영화는 911 테러의 알 카에다적 관점으로 볼 여지가 다분하니깐요. 남들이 내 말을 안들어줘! 어차피 안들어줄꺼야! 그러니깐 다 부숴버리겠엉! 은 이성적으로도 감정적으로 동조해주기가 어렵죠.

 그리고 좀 디테일한 설정에 대해서 논해보자면, 아무리 명문대 공돌이라고 해도그렇지 대학 들어온지 1년만에 그정도의 공학지식을 가지는 건 글쎄요. 그리고 명색이 폭탄이 터졌는데 사람이 폭사를 안하면 그건 좀 이상합니다. 물론 15세 관람가에서 사람이 폭사하는 장면을 보여준다면 그것도 좀 곤란하겠지만요.  

 각본 역시 약간은 뻔한 구석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결국엔 안오겠구나 하는 것 역시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전개고, 이지수 기자가 결국 죽을 것이라는 건 윤영화(하정우)와 이지수의 전화 통화 복선을 통해서 알 수 있었죠. 전반적으로 다른 영화에서도 있었을 법한 그런 전개입니다. 

 그러면 남는 것이 연기랑 연출죠. 여기서 이 영화의 매력이 나오는 겁니다. 스토리는 전체적으론 어떻게 인질인 윤영화가 결국 그 테러범에게 감정적으로 동조하게 되어가는지에 대한 얘기입니다. 윤영화가 테러범에게 동조하게 되는 것은 각본에 있는 얘기이지만, 관객들이 테러범에게 조금이나마 감정적으로 공감하게 만드는 것은 순전히 하정우의 몫이죠. 그리고 하정우는 그것을 정말 멋지게 해냈고요. 머리를 비우고 하정우의 얼굴만 쭉 쳐다보면, 어느새 영화가 끝나있는 겁니다. 

 공감하기 어려운 설정의 뻔한 이야기에 사람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것은 8할은 하정우의 연기력이고, 나머지는 2할의 연출이죠. 하정우의 연기는 1++등급 한우고기입니다. 그걸 뭐 망치지만 않고 구워내기만 해도, 소스나 샐러드는 평범해도 감질맛나는 스테이크가 되는 거죠. 

   영화 외적인 요소에 대해서 말하자면 하정우와 이경영의 배역인데, 이런 관계가 - 상사는 비열한 구석이 있고 아랫 사람은 그보다는 조금 착해보이는 - 올해 초에 개봉한 [베를린]에서 나왔었죠. 뭔가 평행이론 같아서 재미있네요. 

 설국열차는 더 테러 라이브랑은 조금 다른 영화입니다. 설정부터가 탁월하죠. 전에도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열차라는 그 설정 자체의 힘이라고 말했었죠. 그 설정은 관중들로 하여금 '그럼 앞칸에 뭐가 있단 말인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뿐만이 아니라, 기타 잡다한 요소들에도 '그럼 저건 뭘까'를 궁금하게 만드는 디테일함까지 있습니다. 단백질 블록이나, 크로놀, 그리고 커티스의 과거 등등 모두 사람들을 물음표로 이끌어갑니다. 

  설국열차의 다른 요소들 - 각본이나 연기, 연출들은 그에 비하면 꽤나 평범한 축에 속합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평범했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모두 흠잡을 데 없이 잘했지만, 그뿐이라는 거죠. 또한 각본 역시 공감하기는 조금 어려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무임승차'에 대한 논란이 나오는 것 자체가 각본이 그 설정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되겠죠. 또한 결말에 나온 곰 논쟁 - 곰은 최고위포식자로서 생태계가 건재함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최고위포식자로서 요나와 티미를 잡아먹게 되는가 - 역시 각본의 부족함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감독이 의도적으로 설정들을 숨겼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애초부터 물음표만 주고 느낌표를 안주려고 했었던 것일수도 있다는 거죠. 원래는 결국 살아남은 티미가 영화 시작할 때 나래이션을 하기로 했던 것을 폐기한 것으로 봐서는,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일부러 떡밥 회수를 하지 않은 것이죠. 

 그리고 이 떡밥들을 회수하지 않은 그 전략은 일단은 성공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결국 사람들로 하여금 '대체 이 영화가 무엇이냐'에 대해서 계속해서 회자되게 하고, 안본 사람마저 '대체 뭐길래'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으니깐요.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힘이자 동시에 '흥행시킨 힘'이 궁금증이라는 것이죠. 


 요리로 비유하자면 그냥 새로운 요리라고 해야겠네요. 뭔지 재료도 제대로 안알려주고, 일단 먹어봤더니 대충 맛있기는 한데 뭘로 만든걸까 어떻게 만든걸까, 그리고 이거 대신에 원래 어떤 재료를 넣으려고 했었던 걸까 하는 걸 고민하게 만드는 그런 요리입니다. 심지어 무국적 요리죠. 


 개인적인 의견을 첨언하자면, 설국열차를 정말 제대로 만들고 싶었다면, 3부작으로 만들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부는 열차 탑승 전, 2부는 열차 탑승 후 17년, 3부는 혁명으로요. 그럼 열차에 대한 떡밥과 CW-7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고, 탑승 이후에는 꼬리칸의 참혹한 현실과 계급간의 부조리함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테니깐요. 

 결론은, 둘다 좋은 영화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둘다 보시는 것을 추천해요. 허지웅 기자 말대로, 지금 이렇게 볼만한 영화 둘이 동기간에 개봉하는 것 자체가 흔한 일이 아니니깐요. 




2.

 개봉날 막차로 본 영화 [관상] 리뷰한줄평 : 바짝 쫄인 한우 안심 찜


0. 스포라고 할 것도 없다. 수양대군이 왕 됨. 이 포스팅을 보고 있는 한국인 중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조용히 나와 defriend를 해주기 바란다. 


1. 그러니깐, 우리는 이미 결말을 다 알고 보는 셈이다. 결국 김종서가 패하고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하게 될 것을. 사극의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러하기에 역사적인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것 말고 '뭔가 더'가 필요하다. 


2. 그 '뭔가 더'가 이 영화에서는 첫째로는 캐스팅, 둘째로는 관상이라는 소재이다. 캐스팅은, 한줄평에서 말했듯, 한우 1+급 정도는 된다. 그러니깐 대충 굽기만 해도 맛은 보장된다는 얘기이다. 근데 문제는 이 '관상'이라는 소재다. 이게 뭔가 애매하다. 안어울린단 말이다. 스토리는 전반적으로 관상을 '소재'로 말을 하고는 있지만, 관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아니고, 관상이 이야기에 크게 관여하는 것도 아니다. 일리아드에 카산드라의 예언이 나오지만은, 결코 그 예언이 일리아드를 이끌어가는 요소는 아닌 것 처럼. 결국 곁가지에 불과할 수 밖에 없는 소재를 억지로 이야기 중심으로 끌고오려고 하니깐 이상해진 것이다. 소고기 안심으로 찜쪄먹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3. 그래도 '고기' 자체의 질은 좋다. 송강호의 열연이나, 아직까지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섹스심벌 김혜수나(어째 타짜 정마담의 조선시대 버전같다만... ), 이정재의 소름돋는 등장씬 모두. 

4. 소재는 그럭저럭 애매하고, 고기는 괜찮다고 친 다음, 문제는 연출력이다. 연출이 좋았던 부분은 이정재 등장 씬 하나밖에 없다. 나머지는 뭐 평타, 또는 그 이하. 심지어 마지막에 송강호가 오열하던 장면의 연출은 진부하기까지 하다. 배우가 엉엉 우는거 슬로우모션으로 찍는 연출은 이젠 좀 촌스러운 것 같은데 흠. 고기는 쫄고 간은 짜졌다. 

5. 결국엔, 요리 자체도 뭔가 이상했고, 그리고 조리를 제대로 못한 영화인 셈이다. 보는 내내 나같으면 어떻게 찍었을까, 과연 이것이 최선인가 생각을 하게 만든. 근데 또 사실 내가 너무 부정적인 얘기만 해서 그렇지, 크게 기대 안하고 가서 볼 영화 정도는 된다. 데이트하다가 뭐 딱히 할 거 없을 때 봐도 망하지는 않는 정도의. 그러므로 평점은 10점 만점에 6.4점.(6. 영화 보실때요 여러분들, 핸드폰을 안끄고 계속 만지작만지작 거리시고 카톡하고 하시면 소리는 안날지 몰라도 빛은 아주 노골적으로 새어나갑니다. 그거 뒷사람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거슬리는데. 대한민국에 그거 모르는 사람들이 많/영화 볼때마다 누군가는 꼭 있/더라고요.)




3. 홍상수 

내맘대로 쓰는 우리 선희 리뷰 with 스포일러


0. 영화 리뷰를 좀 쓰려면 두 번은 봐야 할 것이고, 제대로 쓰려면 세번은 봐야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한번 만 봤으니, 내가 쓰는 리뷰는 이 영화에 대한 크로키 정도 되겠다. 


1. 여타의 홍상수 영화가 그러하듯(솔직히 말해서 직접 보진 못하고 듣기만 했다만), 이 영화 역시 계속해서 반복된다. 대화가, 평가가, 구도가, 인물이, 행위가, 음식이(치킨이!), 그리고 술이. 술이 중요하다. 이 영화를 단순반복이 아닌 '변주'로 만들어주는 요소는 술이다. 



2. 그러는 구도 가운데에서, 반복과 변주가 이어지고 꼬리를 무는 가운데에서 이야기는 계속 전개된다. 특별한 긴장감이 있는 것은 안다. 이야기에 기승전결이 있다면, 기 - 승 - 승 - 승 - 승 - 승 - (전) 결 같은. 영화는 별다른 굴곡 없이 자유곡류해 바다로 떠내려간다. 


3. 사실, 우리가 동년배의 누군가에게 조언을 듣고 구해봐야 뭐 별거 없다. 다들 어디선가 주워들은 얘기들 대강 짜 맞춰서 얘기할 뿐이다. 그런 허망한 이야기가 네 명의 닫힌 사회에서 반복되고 변주되어 돌고 또 돈다. 영화는 그러한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 주고, 그것은 심지어 코믹하기까지 하다. 


4. 약간 수위를 높여보겠다. 라임처럼 변주되고 반복되는 '승'이 끝나면 빠르게 전결이 모습을 보인다. '전'부터는 반복이 선희와 최교수의 전화통화 씬으로만 줄어든다. 결말은 모두가 선희에 대해서 같은 평을 공유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셋이 사실은 구멍동서라는 것은 공유되지 않은 채. '나의 선희'가 아니라, '우리 선희'인 것이다. 제목부터가 일종의 섹드립인 셈이다. 



5. 홍상수 감독이 직접 미성년자 관람 불가를 요청했다는데, 그것은 일면은 노이즈 마케팅일 수 있고, 일면은 감독의 작가정신일 수 있다. 내가 보기엔 둘 다 일리 있는 얘기이다. 확실히 미성년자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영화이다. 그것은 홍상수 감독이 한 말이 맞다. 그러나 같은 맥락으로 그런 노이즈로 호기심을 자극한 것 역시 계산된 것이리라. 미성년자가 홍상수 감독 영화 '따위'를 보러 갈 이유는 없으니. 어차피 안 올 사람 못 오게 하는 건 그냥 노이즈 마케팅일 뿐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