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배설>/바티스트 썸네일형 리스트형 릴레이 소설1 눈을 뜨면 아침일 줄 알았는데. 침낭에 그대로 누운 채 눈만 깜빡거린 성현이 본 텐트의 벽은 아직 어두운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꿈을 꾼 것이 분명한데 분명한 건 꿈을 꿨다는 사실 뿐이다. 멀리서 새들이 만드는 소리도 들린다. 가지로부터 날아오르는 소리, 다시 내려앉는 소리, 방향 모를 지저귐. 소리야 어떻든 다시 잠들기 위해 눈을 감고 어깻죽지를 침낭바닥에 비빈다. 그러나 그런 행동이 무색하게 점점 또렷해지는 의식. 이래서 해도 뜨기 전에 깨는 게 싫단 말이지. 앞으로 적어도 사흘 동안은 지금 못 자둔 잠 때문에 밑진 느낌을 가질 자신일 게 뻔했다. 그렇게 뒤척이기를 이십여 분 간 반복한 뒤 성현은 결국 다시 잠드는 것을 포기하고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안경을 찾아 손을 더듬거렸다. 안경이 한 번에 손에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