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희
인생 '캐삭'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나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한다. 자살보다는 그저 인생 캐삭 같은 개념으로 보시면 될 것 같다. 그냥 캐릭터를 삭제하고 인생 게임 자체에서 로그아웃을 해버리고 싶다.
딱히 캐릭터의 능력치가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다 (키가 조금 더 컸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만). 후회가 있다면 아마 전직을 잘못 했다거나 하는 정도일 것 같은데, 그냥 잘 모르겠다. (다시 고를 수 있다면, 수학을 적당히 잘 하는 적당히 머리 좋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스카프에서 공부하고 해외로 유학을 갔다가 교수가 되는 뭐 그런 정도의 캐릭터를 키우고 싶은데, 지인에게 말해 보았더니 그 역시도 적당하지 않다고 했으니 뭐든 쉬운 일은 아니다.)
오늘 플러스 원 씨랑 이 이야기를 했는데, 다른 캐릭터를 키운다고 해도 인생 게임은 캐릭터 생성이 무작위이기 때문에, 디폴트로 주어진 캐릭터의 능력치가 괜찮다 싶으면 그냥 그대로 미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캐삭에 대한 전제는 나는 내 캐릭터에 대한 플레이어라는 것이다. 하지만 캐삭이 불가능한 이유는 내가 플레이어가 아닌 캐릭터 그 자체라는 사실이고, 캐릭터에게는 아마도 스스로 로그오프 및 계정 삭제를 할 권리 따위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캐삭이 안 된다면 아주 가끔이라도 인생을 턴오프할 권리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3년 9월 13일
'구 <배설> > 작희'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육체여 안녕: <사형장으로부터의 초대>와 영지주의의 관점에서 2 (0) | 2013.09.23 |
---|---|
#5 미뢰 (0) | 2013.09.20 |
#4 육체여 안녕: <사형장으로부터의 초대>와 영지주의의 관점에서 1 (1) | 2013.09.12 |
#3 폴 오스터의 <우연의 음악>: 잉여에 대한 고찰 (0) | 2013.09.08 |
#2 군중 관음증과 간접살인: 뮤지컬 잭 더 리퍼와 시카고 (0) | 2013.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