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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

서로를 끌어안은 채 잠을 청하는 두 사람의 팔다리에 대한 고찰 A proposal: 누군가에게 안긴 채 잠든다는 것은, 일정 몸집 이상으로 자라난 생명체에게는 다소 불편한 일이다. 사지를 어떻게 엮고, 또는 한쪽으로 접어 치워 둔다 해도, 팔과 다리가 한두 개쯤 남아도는 느낌일 수밖에 -- 전에 아주 잠깐 만났던 누군가는, 이런 느낌의 한 부류를 "t-rex syndrome"이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한 팔을 뻗어 상대를 감싼다면 다른 팔은 두 몸 사이의 간격에 맞추어 움츠릴 수밖에 없다는 것. -- 없다. 그것은 비단 팔뿐만 아니라 다리에, 또 가끔은 목과 머리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플라톤은 인간과 우로보로스의 차이는 인간의 팔다리에 있다고 말했다. 둥근 우로보로스가 그 자체로 완전한 우주의 형태라면, 인간의 팔다리는 -- 다소 우아하지 못한 모양새로 -.. 더보기
결혼 이야기 어쩌다 보니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 (연애를 하다 보면 어쩌다가 그런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 모양이다.)심각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냥, 이 사람과 결혼하면 어떨까, 하고 둘 다, 생각을, 종종, 한다는 것. - 혹시 저번에 아기 생길 뻔 했던 일 때문에 생각해 본 거야? - 아니, 그냥. 그런 생각을 한 지 좀 됐어. 내일 프로포즈를 하고 그러지는 않을 테니까 그렇게 놀란 표정 안 지어도 돼. - 내일이라도 아마 예스를 할지도 몰라. Because I really like you, and I can try to be a better person for you. - I don't want a better you, though. I like you as you are.풀리지도 않을 연애를 하면서 허구한 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