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의 밤 - 시간이 이상해졌다
낮에는 국적 불명의 사람들로 북적이던 게스트하우스의 거실도, 새벽 두 시를 넘기자 조용해졌다. 텔레비전에서는 흑인들의 체조 경기가 방영되고 있었으나 아무도 보는 사람은 없었다. 식탁에서는 한 명의 동양인과 두 명의 서양인이 나는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대화 소리는 조금 커지는가 싶다가도 시간대를 의식한 탓인지 다시 작아졌다. 나는 소파에 혼자 웅크려 앉아있었다.
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이국에서 생일을 보내게 되리라고는 꿈도 꿔본 적 없었지만, 비행기 값이 싼 날을 찾아 귀국 일정을 짜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혼자 여행을 왔으므로 곁에서 육성으로 축하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오코노미야키를 먹고, 관람차를 타고, 도톤보리 거리를 둘러보면서 간간히 페이스북의 축하 메세지들을 확인했다. 메세지들은 짧고 간결했으며 무의미했다. 이들 중 내가 태어난 것이 진심으로 다행이라 생각한 이들은 몇이나 될까. 외국어의 범람 속에서 나는 줄곧 혼자였다. 외로움은 곧 냉소로 변해 나를 괴롭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핸드폰을 끌 수는 없었다. 나는 단 하나의 무엇을 기다리며 그 모든 메세지들을 붙잡고 있었다. 그것은 진우의 축하였다. 진우는 삼 년 전 스페인을 여행하던 중 만난 애였다. 그러한 메세지들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비웃는 와중에도, 나는 그에게 꼭 축하를 받고 싶었다. 페이스북으로든, 문자로든, 혹은 그럴 리 없겠지만 전화로든. 여행 내내 신주단지 모시듯 핸드폰을 챙겼던 것은 어쩌면 모두 이를 위해서였는지 모른다.
진우에게 메세지는 오지 않았다. 나는 웅크린 다리를 더 내 가슴 쪽으로 끌어당겼다. 밖에서 불어오는 가을의 밤 바람에 오소소 소름이 돋아 있었다. 맥주를 꺼내던 서양인 남자가 나를 흘깃 보더니 창문을 닫아주었다. 나는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하고는 어쩐지 민망해져 텔레비전으로 고개를 돌렸다. 흑인들의 몸은 둔중한 듯 보이면서도 체조 동작을 행하는 순간이 되면 무게라고는 없는 듯 날쌔게 움직였다. 나는 다시 진우를 생각했다. 진우도 그랬다. 동작이 한없이 가벼워보였다. 마르기는 커녕 날씬하다고 보기에도 뭐한 체형이었는데, 그래도 그랬다. 진우는 그런 애였다.
진우가 가진 것 중 무거운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무거운 것은 그 애에 대한 나의 마음뿐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고, 나와 진우는 이제 우리라는 말로 묶기도 민망할 만큼 멀어졌다. 여행지의 인연이 원래 다 그렇다. 순간을 영원처럼 보내지만, 어찌되었든 그 영원 같던 순간이 지나고 나면 서로의 인생에 작은 점쯤이나 하나 찍힌 듯 그저 스쳐지나가고 만다. 그러나 진우는 달랐다. 진우가 찍은 점은, 갱지에 찍은 만년필 잉크처럼 한없이 내 마음을 메꿔나가게 된 것이다.
진우를 만난 이후로 나는 여행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그 무엇으로 여기게 되었다. 일본에 오기 전, 나는 한 여행 잡지에 이력서를 제출해두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아마 결과가 나와있을 것이다. 진우에게 생일 축하를 받게 된다면 꼭 이 일을 말해주고 싶었다. 너 때문에 여행 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너 때문에, 라는 말에 진우는 아마 책임감을 느낄 것이다. 어쩌면 나는 그 책임감으로 진우가 가진 내 점의 크기를 조금 더 늘려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진우에게 메세지는 오지 않았다.
식탁에서 대화 중이던 서양인 두 명이 일어섰다. 남은 동양인이 일본어로 뭐라 말했지만, 둘은 난처한 듯 웃더니 시계를 가리키며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동양인 남자가 손을 흔들었다. 둘이 방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고, 잠깐의 침묵이 찾아왔다. 그 틈으로 모국어에 대한 형용할 수 없는 그리움이 밀려들어왔다. 사실 모국어라기보다 진우의 언어라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시계는 새벽 두 시 삼십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무력하게 텔레비전 채널을 돌렸다. 몇 번 돌리자 영화를 틀어주는 채널을 찾을 수 있었다. 어디서 본 듯한 일본 배우들의 얼굴이 화면을 채웠다가 다시 사라졌다.
"한국 분이세요?"
그 얼굴들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갑자기 익숙한 언어가 귀에 박혔다. 고개를 들어보니 아까 일본어로 얘기 중이던 동양인 남자였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아셨어요?"
"그냥 보면 알죠. 어릴 때 여행을 몇 번 다녀보니까 한중일 삼국은 얼추 구분할 수 있겠더라고요."
남자는 쾌활한 목소리로 붙임성 있게 말을 걸더니, 내 옆의 쿠션을 치우고 그 자리에 앉았다. 내가 쳐다보자 왜요, 앉지 말까요? 하며 웃었다. 나는 리모콘을 들어 텔레비전을 끄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오래 여행하셨어요?"
"한 달 째에요, 오늘 돌아가요."
저는 어제부터 시작인데, 하며 남자가 또 웃었다. 웃는 얼굴이 천진한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찡그리는 듯 우는 듯 보였다. 남자는 손에 든 맥주 한 캔을 내게 건넸다. 마지막 날 밤을 기념하며 술 한 잔 할까요? 내가 잠깐 머뭇거리자 그는 캔뚜껑까지 따주는 성의를 보였다. 나는 못 이기는 체 받아 한 모금을 마셨다. 삼 주 간 오래 침묵했던 나의 목구멍을 맥주의 탄산이 헤집고 내려갔다.
"일행은 없이 오신 건가요?"
"네, 혼자요."
"무모한 용기를 가진 사람이거나 오랜 경험을 가진 사람이거나. 어느 쪽이에요?"
"후자에요. 삼 년째 쉬지 않고 여기저기 다녔더니 이제 일본 정도는."
여기까지 말하고 나는 잠깐 망설였다. 남자가 책망의 눈빛을 보냈다. 왜 더 말하려다가 끊어요. 나는 다시 맥주를 들이키고는 맨손으로 음식물 쓰레기라도 버리는 사람처럼 후다닥 말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좀 색다르네요. 지금껏 못해본 경험을 했거든요."
"그게 뭔데요?"
"생일을 맞았어요, 여행지에서."
어제였어요, 사족을 덧붙이고나자 나는 다소 부끄러워졌다. 어릴 때부터 누군가에게 생일을 밝히는 일은 늘 민망했다. 의도했든 그렇지않든, 생일 축하의 표시를 바라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는 동그란 눈으로 늦었지만 축하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생일을 혼자 보냈어요?"
"같이 보냈으면 하는 사람이 있기는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네요."
"그게 누군데요?"
"있어요. 옛날에 만난 사람."
남자는 잠깐 고민하더니 더 묻지 않았다. 또다시 거실이 고요해졌다. 나는 문득 진우의 얘기를 꺼낸 것을 후회했다. 내가 뭔가 소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가 알게 된 것도 창피했고, 그에 앞서 진우의 얘기는 그냥 누구도 모르는 비밀로 간직해두고 싶었다. 진우에 대해서는 누구와도 말해본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그럴 일이 없어서 그랬던 것이었는데, 그 시간이 쌓이자 이제는 진우의 이야기가 뭔가 해서는 안될 금기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이 시간과 이 공간이 아니었다면 지금 같은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멀리서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저는 예전에 이 지역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요."
"오사카요?"
"그 중에서도 여기, 난바 역 근처요. 스물다섯 살 때였는데 반 년 정도 있었어요."
지금은 스물아홉이에요, 그가 덧붙였다. 나는 잠자코 들었다.
"살려고 해서 살았던 것은 아니에요. 원래는 한 두 달 머무르면서 놀다 갈 계획이었는데, 그 계획에 없던 여자를 만났어요. 지금 너무 뻔한 얘기라고 생각 중이시죠? 그런데 저한테는 하나도 뻔한 얘기가 아니에요."
그렇지만 그가 뒤이어 들려준 여자와의 사랑 이야기는 정말로, 너무 뻔한 얘기였다. 여자는 대학생이었고 남자가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의 아르바이트생이었다. 그녀와 몇 번 밤을 보낸 후, 남자는 아예 거기에 눌러 앉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몇 가지 행정적 절차가 필요했으나 사랑에 빠진 남자에게는 방해가 되지 않았다. 남자는 정해진 시간 동안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는 대신 무료로 숙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일하지 않는 빈 시간이 겹치면 그들은 난바 역 근처에서 데이트했다. 둘 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했으므로 멀리는 갈 수 없었다. 다행히 난바 역은 번화가였고, 그들은 내내 즐거웠다. 한국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을 때 남자는 여자에게 정식으로 사귀자고 말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여자는 거절했다. 남자는 빈 마음으로 한국에 돌아왔고, 연락은 끊겼다.
"아, 이 게스트하우스는 아니에요."
남자는 그 뻔한 이야기를 소가 풀 되씹듯 오래 우물거린 후에야 뱉어냈다. 어떤 부분은 두 번, 세 번씩 디테일을 고쳐 반복해 말하기도 했다. 그 동안에 그의 맥주캔은 이미 비었고, 그는 내 몫까지 빼앗아마셨다. 나는 얼굴 모를 그 여자를 상상해보았다. 그의 묘사를 그대로 옮기자면 복숭아같이 뺨이 붉고 통통한, 예쁘거나 날씬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한. 그는 비밀을 가진 듯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가 떠났을 때, 그는 그 자신을 비밀 없이 그녀에게 모두 내보인 것이 너무 후회되어 죽고 싶었다. 그리하여 결심했다. 그의 인생의 비밀로, 그녀를 숨기겠다고.
나는 진우를 떠올렸다. 진우를 숨겨둔 내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진우도 그 마음 속에 누군가를 숨겨뒀을까. 비밀을 가진 이들은 언제든 허물어질 듯 위태롭다. 진우는 그 위태로움의 형태를 가벼움으로 바꾸어 갖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애가 왜 나를 거절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장거리 연애가 싫었다던가, 그런 문제인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분명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았어요. 아니, 그냥 그런 착각이 드네요. 아무튼 그 이후로 한국에 가서 복학을 하고, 죽을 것 같았지만 오히려 더 잘 살았어요. 그래도 그 뒤론 여행은 다시 못 갔어요. 원래는 여행 정말 좋아했는데, 그게 제 인생에서는 큰 상처가 됐으니까. 그러다 이번에 용기낸 거에요. 굳이 오사카를 다시 온 이유는, 일단 이게 나름의 트라우마니까 이걸 제일 먼저 직시해야할 것 같기도 했고, 또, 그러니까, 그 애가 보고 싶었어요. 어제는 그 때 그 게스트하우스 앞에 갔어요. 그 애가 아직도 거기서 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해서였죠. 그런데 들어가지는 않았어요."
남자는 여기까지 말하고 나를 보았다. 맥주 탓인지 그의 얼굴이 조금 상기되어있었다.
"왜였을까요."
그가 내게 물었다. 나는 반문했다. 왜였는데요. 그는 대답 대신 찡그리는 듯 우는 듯 웃었다. 어쩐지 답을 알 것도 같았다. 나는 다리를 더 끌어당겨 무릎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어쩐지 울고 싶어졌다.
"어제는 많이 외로웠겠어요. 같이 보냈으면 하는 분이 옆에 없어서."
남자는 화제를 내게로 돌렸다. 나는 얼굴을 묻은 채로 웅얼거렸다.
"사실 옆에 있기를 바란 것도 아니에요. 그냥 생일 축하를, 그 사람한테 받고 싶었어요."
"생일 축하요?"
"한국에서 생일을 보낼 땐 유야무야하다가 하루가 지나가버리곤 했어서, 이런 생각은 처음 해보는 거였어요. 그냥 생일 축하한다는 한 마디를 듣고 싶었어요. 그 사람이랑 연락도 가끔 하는데, 그러니까 생일을 핑계로 다시 연락을 도모한다거나 그런 얄팍한 수를 쓰려던 것도 아니었고 쓸 필요도 없었는데, 아무튼 그렇더라고요."
"그렇군요."
생일 축하한다는 말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데, 왜 안 해주는 걸까요. 내 질문에 남자는 답이 없었다. 진우의 마음에 나는 점 하나조차 제대로 찍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내 인생은 진우가 가리킨 곳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정작 진우는 내 인생의 뿌리조차 축하해주지 않았다. 삶의 기저에 있을 그 무언가를 송두리째 부정당한 기분이었다. 비참했다.
공간이 고요해지자, 기다림 속에 잊고 있었던 여독이 갑자기 몰려왔다. 집에 가면 우선 반신욕을 하며 여독을 풀고, 그런 후에는 여행 기자 채용 공고를 확인할 것이다. 얼굴을 묻은 다리에서 체온이 전해져 따뜻했다. 더 있다간 이 자세로 잠이 들 것 같아 일어서려는데, 그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생각났어요!"
"네?"
"왜 생일 축하 메세지를 아직 안 보냈는지, 알 거 같아요."
남자는 추측형의 종결 어미를 썼지만, 눈빛은 이미 확신에 찬 듯 했다. 그가 말했다.
"아마, 외국을 여행 중이신 게 아닐까요?"
"네?"
나는 멍청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의 말을 선뜻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남자는 답답하다는 듯 손짓을 섞어 설명했다.
"시차라는 게 있잖아요. 어제가 당신에겐 11월 1일이었을 수 있겠지만, 그 분께는 아닐 수도 있단 말이에요. 그 분은 어제 10월 31일을 살고 계셨을 거에요. 아마 지금은 1일로 넘어왔겠죠. 네. 하지만 1일은 아직 그 분께 한참 남아있을 수도 있어요. 그 분이 생일 축하를 어떤 예쁜 말로 해야하나 고민하면서 한 나절을 쓰실 수도 있고, 그 고민 끝에 밤이 다 되어서야 그 쪽에게 연락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제 생각은 그래요."
나는 더 멍해졌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진우를 여행 중에 만났다는 사실이 겹쳐 떠오르면서 판단력을 흩뜨렸다. 남자는 반짝거리는 눈을 하고 내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간신히 네,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고 말을 뱉었다. 어쩔 수 없이 한 대답이었지만, 그렇게 말하고 나자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혼란스러웠다.
"시간이 가장 늦게 오는 동네는, 여기랑 약 스무 시간 정도 차이가 난대요."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일어섰다.
"전 내일의 일정을 위해 먼저 자러 갈게요. 벌써 두 시 사십 분이네요."
아까 시계를 봤을 때 두 시 반이었던 것 같은데, 시간은 생각보다 느리게 가고 있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인사를 남기고 계단을 올라가는 남자의 뒷모습이 무게라고는 없는 듯 가벼워보였다. 나는 남자가 남기고 간 말을 주워모았다. 그리고 그가 강조한 시간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했다. 마음이 이상했다. 시간이라는 게 이런 것이었던가.
혼자 남은 거실에서는 게스트하우스 바깥의 작은 소리까지도 잘 들렸다. 이 시간까지 밖을 돌아다니는 남녀의 나지막한 일본어로 된 대화. 자전거가 등 뒤로 흘리고 가는 경적 소리. 자동차 소리. 새벽의 소리들.
그 소리 속에서 나는 초를 헤아리기 시작했다. 일 초, 이 초. 하지만 앞으로 치닫는 내 셈과 달리 시간은 그 자리에 멈춰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이상해졌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진우의 메세지는 오지 않았다. 나는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감춰두고 다시 세기 시작했다. 일 초, 그리고 이 초.
-
사랑에 대해 쓸 때, 나는 어쩔 수 없이 추측밖에 모르는 인간이 된다. 그럴 것이다, 그럴 지도 모른다, 그런 것이 아닐까. 사랑은 가장 사적인 영역에 속한 것이다. 그에 관해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을 당신들은 느끼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 추측할 수밖에.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듯, 원래 생각했던 이야기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 '나'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끝없이 기다릴 줄 아는, 또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렇지만 소설은 하나의 인물만으로 이끌기 어려운 것이다. 사랑이 그러하고 삶 또한 그러하다. 그래서 누군가를 넣었지만, 사실 나와 누군가는 크게 다르지 않은 인물들이다. 나를 아는 이들이라면 지금의 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과 허구를 뒤섞었다. 내게도 정말로 시간이 이상해졌던 밤들이 있었다. 그 밤들 덕분에 나는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다. 진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구 <배설> > 노랑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설이 죽었슴다--; (0) | 2014.01.24 |
---|---|
조금 늦은 자기소개 (0) | 2013.11.02 |
우리이되, 우리가 아닌 - 홍상수의 <우리 선희> (5) | 2013.10.14 |
'그림자와 이별하기'의 일부 (2) | 2013.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