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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배설>/JHALOFF

J의 도서관(1): <아인슈타인의 대전쟁>

<아인슈타인의 대전쟁 Einstein's Great War> By.  Joseph Frank.


"제3차 세계대전은 잘 모르겠지만, 제4차 세계대전에 쓰일 무기는 알겠군요. 나뭇가지와 돌멩이."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이 특이한 소설은 말 그대로 아인슈타인이 예견한 제4차 세계대전에 관한 미래 소설이다. 문명은 붕괴되었고, 모든 것이 원시 상태로 돌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또다시 4번째 대전쟁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상 소설의 전부다. 이 의도적으로 불친절하게 쓰인 소설은 어째서 3차 대전이 일어났는지, 어째서 문명이 붕괴되었는지, 그리고 심지어 어째서 4차 대전이 일어나게 되었는지조차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는다. 애초에 모든 기록조차 소설 속에서 소실되었기에, 우리의 1인칭 화자는 그것을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고고학자들은 남겨진 잔해로 과거를 추측하지만, 4차 세계대전에 진행 중인 세계는 그러한 잔해조차 남아있지 않은 생지옥이다.

        아인슈타인의 대전쟁이란 제목처럼, 저자는 인간을 마치 야만적인 유인원 무리로 묘사하면서 아인슈타인의 에견 하에 4차 대전을 진행한다. 그들의 무기는 정말 문자 그대로 나뭇가지와 돌멩이다. 프랭크가 묘사하는 인간은 마치 헉슬리의 <유인원과 본질> 속 유인원들을 연상케한다. 야만적이며 털 달린 원숭이에 불과하다. 어떠한 전쟁스러운 전략이나 과정도 그다지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돌멩이로 상대를 까부수고, 나뭇가지로 상대를 찌르는 것만이 세계에 남아있다. (실제로도 그는 헉슬리를 부분적으로 인용하기도 한다.) 

        문명이 붕괴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듯, 저자 프랭크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기본적인 조건 중 하나인 의사소통을 전혀 표현하지 않는다. 전쟁을 일으킨 인간과 인간 사이엔 어떠한 대화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단순히 원시로 회귀하여 말하는 것조차 잊은 것인지, 아니면 저자의 의도적 배제인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다. 말 그대로 제4차 대전, 보잘 것없는 나뭇가지와 돌멩이로도 끝없이 이어지는 대전쟁은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작가의 의도적 조롱이며, 인간 본성에 대한 섬뜩함이 엿보인다.


그렇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저자 또한 놓치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저자는 인간의 무리를 마치 야만적인 유인원처럼 묘사하지만, 인간은 원숭이보다도 더 원숭이 같은 존재다.


소설의 결말까지도 우리는 어떠한 것도 제대로 알 수 없다. 소설 속이든 밖이든 전쟁은 계속 될 것이며 인간의 무의미한 싸움도 계속될 것이기에.

<우리가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전쟁이 우리를 끝낼 것이다.> 

- H.G. 웰즈


: J책방에서 1972년도에 나온 페이퍼백을 1.5파운드 주고 구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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