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편 <송별> - 산문
필진 ChoHa의 입대를 기념하여 예전에 쓴 플라톤식 대화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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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편<송별>
잘롭비아데스- 오 말해주시오, 덩광톤, 초하라테스가 군대르타로 떠났다는 것이 사실이오?
덩광톤- 그렇소, 당신이 론디니움으로 떠난 사이, 군대르타에서 초하라테스의 입대를 요구하는 편지가 왔었소. 우리는 초하라테스가 떠나기 전 송별회를 열어주고, 그를 보냈다오.
잘롭비아데스- 아, 아쉽구려, 그렇다면 그 송별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 수 있겠소?
덩광톤- 물논. 우리는 모두 슬픔에 잠겼지만, 초하라테스는 그저 웃으며 우리들을 맞이했다오. 우리는 송별 장소를 저 고대네 광장 안암고라스의 저택에서 늙은이들 몇 명이서 초촐하게 열기로 하여 고테네로 걸어가고 있었소.
근데 가는 도중 문투리아를 비롯한 초하라테스의 젊은 제자들을 만났죠.
문투리아가 말했소, 아니 그대 노인분들께서는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십니까?
초하라테스의 송별을 위하여 안암고라스의 저택으로 가고 있다네, 파이드로스가 말했소.
아, 초하라테스! 송별이라뇨! 그것이 무슨 소리입니까? 당신이 떠난다는 말씀인가요? 문투리아가 소리치자, 초하라테스는 그저 웃으며, 무릇 수염난 사내라면 언젠가 한 번은 군대르타로 떠나는 법이지, 마침 잘 되었군, 자네들도 같이 안암고라스의 집으로 가세.
이에 우리 일행은 안암고라스의 저택에 도착하였소. 생각보다 많은 인원에 안암고라스는 놀랐지만, 이내 곧 자리를 마련해주었소.
그 자리에는 나 덩광톤과 초하라테스, 안암고라스를 비롯한 테아이진토스, 파이드로스, 송기아스, 이영드라, 고디세우스 등 평소 초하라테스와 논쟁을 주고 받던 친우들이 모였소.
안암고라스, 자네는 지금 고시 공부중이라고 들었네만, 이렇게 한 늙은이의 송별을 위하여 시간과 자리를 마련해주니 참으로 몸둘바를 모르겠네, 고 초하라테스가 말하자,
아니, 이 사람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겐가, 자네는 곧 군대르타로 떠나지 않는가? 자네와 나는 친한 친우 사이인데, 이 정도 시간은 내줘야지, 고 안암고라스가 받아쳤소.
이윽고 음식이 나왔지만, 왠일인지 모두들 얼굴에 슬픈 기색이 여력했다오. 모두들 초하라테스와의 이별이 슬펐던 것이지. 이를 눈치챈 초하라테스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소.
아니 왜 이렇게 다들 표정이 어두운 것인가? 오늘같이 즐거운 자리에 풍악을 올려야지, 왜들 그렇게 울상인가?
그러자 나는 말했소, 아니, 초하라테스, 어째서 오늘의 이별이 즐거운 자리라고 말하는겁니까? 여기 모인 우리들 모두 당신과의 이별에 슬퍼하고 있습니다.
그것 참 희안한 일이군, 며 초하라테스가 말했소. 어째서 내가 군대르타로 가는 것이 슬픈 일이라고 하는 것인가? 초하라테스가 말했소. 그렇다면 오늘 나의 송별회에선 군대르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겠군.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군대르타에 끌려가는 것에 대해서 자네들이나 나나 결코 슬퍼할 필요는 없다네, 왜냐하면 군대르타는 나에게 어떠한 해도 되지 않기 때문이지.
아니 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초하라테스? 덩광톤이 말했다. 부디 말해주세요, 어떻게 군대르타가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는겁니까?
그렇다면 덩광톤, 자네는 왜 군대르타가 해를 끼친다고 생각하나? 초하라테스가 물었소.
사람들이 말하기를, 흔히 군대르타에 끌려가는 것은 청춘의 2년을 낭비하는 기간이라고들 말합니다. 이 나라의 대부분의 건장한 남성이라면 누구나 군대르타에 끌려가는 것이 원칙이자 의무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소위 말하는 고위층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군대르타에서 빠져나오려고 하죠. 이런 점만 보더라도 돈과 권력이 있다면 군대르타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 이익이라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즉 돈이나 권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은 군대르타에 가면서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어찌 슬픈 일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이런이런, 덩광톤, 비록 우리가 나이 차는 별로 안 나지만, 나는 늙었고, 자네는 아직까지 젊다네, 부디 이 아무 것도 모르는 늙은이조차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주지 않겠나? 이 늙은이가 이해하는 바가 옳다면, 자네는 우선 시간과 의무라는 의유로 군대르타가 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군. 초하라테스가 말했소.
그렇습니다, 고 내가 대답했소.
그나저나 자네는 '청춘'이라는 말을 특히 강조했네만, 그렇다면 청춘, 즉 젊은이의 2년이 늙은이의 2년보다 더 값지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초하라테스, 같은 칼을 가지고도 요리사는 음식을 만들지만, 살인자는 사람을 해합니다. 이처럼 같은 것일지라도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용도는 천차만별이 되는 법입니다. 이미 세상을 살만큼 다 산 노인보다는 젊은이들이 같은 2년의 시간을 더 값지게 쓸 것이 분명합니다. 가장 황금기의 2년을 군대르타에 의해 빼앗긴다면 그것은 폭력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군대르타는 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말했소.
이런이런, 덩광톤, 난 방금 한가지 재밌는 일화가 떠올랐다네, 저 고대의 현자 이혁킬로스의 일화가 생각나는군. 그가 노인이 되었을 때의 늙는다는 것에 대해 말했다는 일화를 말이야. 테아이진토스, 나를 위하여 그 일화를 여기 있는 모두에게 알려줄 수 있겠나, 자네라면 잘 설명할 것이라 생각하네만.
초하라테스의 말에 테아이진토스가 자리에서 서서 말하기 시작하였소. 에, 이 일화는 이혁킬로스가 노인이 되었을 때의 일화라고 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그는 저 게르만 바르바로이의 음악을 즐겨듣고는 하였습니다. 하루는 그가 노쇠한 몸을 이끌고, 게르만 바르바로이 바그너란 자의 음악을 들으러 극장에 갔습니다. 그리고 사흘 동안 계속되는 연주에 그만 탈진하여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죠. 그때 그의 제자 한 사람이 울면서, 나의 현자이신 스승이여, 스승께서 늙어가는 모습을 곁에서 보고만 있어야 하니, 정말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러자 이혁킬로스는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 무슨, 어림없는 소리! 나는 노인이 되면서 마침내 저 지긋지긋한 청춘에서 벗어났다, 그런데 어찌하여 슬퍼하는 것인가? 자네는 지금 나를 놀리는 것인가? 이것이 그 일화의 전부입니다.
고맙네, 테아이진토스여, 언제나 자네의 목소리는 듣기 좋구만, 자 그렇다면, 덩광톤, 아니 여기 모인 모두에게 이 늙은이가 물어보고 싶다네, 도대체 현인이라는 이혁킬로스는 어째서 저런 말을 했다고 생각하나? 단순히 그가 늙어서 노망이 들었다고 생각을 해야할까, 아니면 현자인 그의 말에는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것일까? 초하라테스가 말했소.
옛 시에도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젊음은 꿀의 모습을 한 독이다. 그렇다면 그 말은 젊음의 이중성을 얘기하는 것이 아닐까요? 젊은이들은 젊음의 소중함을 몰라 낭비한다는 비판이 아닐까 합니다, 고디세우스가 말했소.
어쩌면 그것이 맞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고디세우스 자네의 의견에 이 늙은이는 반박할 생각은 없다네, 말해주게, 덩광톤, 대체적으로 젊은이들이 인생에 대한 경험이 더 많은가, 아니면 늙은이들이 인생에 대한 경험이 더 많은가? 초하라테스가 말했소.
아마도 노인이 인생에 대한 경험은 더 많을겁니다, 나는 대답했소.
그렇다면 또다시 말해주게, 덩광톤, 자네가 말하는 2년, 그것이 노인이든, 젊은이든, 어쨌든 인생의 2년인 것은 똑같다고 할 수 있겠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또다시 대답해주게, 덩광톤, 무엇인가를 더 많이 경험한 사람이 더 능숙한가, 아니면 경험하지 못한 자가 더 능숙한가? 내 말은 20년 동안 나무를 베어온 나무꾼이 더 일을 잘하겠는가, 아니면 이제 막 도끼를 처음 들어본 젊은이가 더 나무를 잘 베겠는가?
아무래도 경험을 더 많이 한 자가 능숙하겠죠, 고 나는 대답했소.
그렇다면 대체적으로 같은 시간이 주어졌을때, 젊은이가 더 능숙하게 시간을 쓰겠는가, 아니면 노인이 더 능숙하게 쓰겠는가? 내가 묻고 싶은 것은 이미 인생의 경험이 많은 노인이 같은 2년을 쓸 때, 실패하거나 유혹에 빠질 경우가 더 많을까, 아니면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한 젊은이가 헛되게 쓸 경우가 더 많을까, 일세.
아무래도 노인들 쪽이 더 실패할 경우가 적겠죠, 고 나는 대답했소.
그렇다면, 결국 자네가 말하는 군대르타의 해악은 청춘의 2년이라고 할 수는 없겠군. 만약 자네가 여전히 해악이 된다고 주장하려면, 청춘의 2년이 아닌, 2년을 낭비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옳겠지. 왜냐하면 2년이란 시간은 노인이든, 젊은이든 똑같이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지. 설령 노인이 2년의 시간을 더 잘 쓰고, 젊은이가 헛되게 쓸 가능성이 높다고 하여도, 한때 노인들은 젊은이였기에 단순히 노인들의 시간이 더 값지다고 말하는 것 또한 힘들도 말일세,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2년이라는 시간을 군대르타에서 보내야한다는 사실은 남아있군,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어떻게 생각을 해야할까? 초하라테스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문투리아가 일어서며 외쳤소.
그래요, 초하라테스! 비록 저는 군대르타에 가야할 의무는 없지만, 모든 남자들이 군대르타에 끌려가야한다는 것은 악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2년이라는 시간동안 강제로 끌고가는 것은 감옥과 무슨 차이가 있나요?
좋은 지적일세, 문투리아, 그렇다면 다르게 한 번 생각해보지. 군대르타가 감옥이자, 악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역시 군대르타가 2년이라는 시간동안 남자들의 시간과 자유를 빼앗기 때문이겠지?
그래요, 문투리아가 말했소.
즉, 무엇인가 자네가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게 하는 것은 악이라 할 수 있겠군? 초하라테스가 말했소.
네, 그렇습니다! 그녀가 외쳤소.
문투리아, 자네는 아직 어리니 부모님과 같이 살겠지?
네, 당연하죠!
그렇다면 자네의 부모님은 자네를 사랑하는가?
당연한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자네의 부모님은 자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해주겠군.
대체적으로 그렇죠.
대체적으로? 그것이 무슨 말인가? 자네의 자유는 완전한 것이 아닌가? 예를 들어, 자네가 학교를 빠지고 싶다거나, 술이나 담배를 하고 싶다거나, 그런 것을 부모님에게 말했을 때, 부모님은 당연히 허락하지 않겠나?
장난하시는거죠, 초하라테스? 문투리아가 웃으며 말했소.
아니, 장난이 아닐세, 그렇다면 자네 부모님은 자네의 자유를 억압하는군, 그렇다면 자네의 부모님은 악이며 자네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습니다, 초하라테스, 그들은 대체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놔두지만, 제가 할 수 없는 것들, 너무 어려서 하지 못하거나, 성인이 되어도 하면 안 되는 의무를 가진 것들은 못하게 합니다.
아, 맙소사! 자네, 방금 마지막 말을 반복해주겠나, 문투리아?
의무를 가진 것들을 못하게 합니다. 이것을 말하는건가요, 초하라테스?
그래, 그래, 의무! 나는 이것이 군대르타에 대한 또다른 우리의 해답일 될 것이라고 생각하네, 덩광톤, 그리고 문투리아. 초하라테스가 기쁜듯이 소리쳤소. 생각해보게, 분명 겉으로보면 군대르타는 악처럼 보이네, 그렇지만 아무도, 적어도 법에서는 우리가 이러한 것을 하도록 강제로 허락하지. 법이 악을 금한다고 생각해보면, 군대르타는 악이 아닐세, 그렇다면 어째서 군대르타는 허용되는가? 나는 의무가 우리의 해답이 될 것이라 생각하네, 우리 모두 군대르타에 가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지.
초하라테스,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법에 의한 의무라고 하여도, 그것이 꼭 선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까? 만약 지금 한순간 법을 만드는 자들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처럼 놀지 않고, 갑자기 입법 행위를 열심히 하여 다양한 의무들을 만들었다고 합시다. 그중에는 황당한 것도 있고, 심지어 악한 것 또한 있습니다. 만약 악한 행위를 법이 의무로 지정한다면, 그것을 따라야합니까? 내가 외쳤소.
이런이런, 덩광톤, 하지만 군대르타의 목적은 무엇인가? 어째서 군대르타가 있는가? 초하라테스가 웃으며 말했소.
이 폴리스를 지키기 위해섭니다.
무엇으로부터? 그리고 정확히 무엇을 지키지? 초하라테스가 물었소.
밖의 적으로부터, 그리고 이 나라와 나의 가족과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섭니다, 내가 말했소.
적어도 그렇다면 군대르타로 가는 의무, 나의 나라와 가족과 친구들을 지키기 위하는 의무는 신성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덩광톤?
하지만 초하라테스, 저 높다는 자들은 기피하고 있지 않습니까? 내가 외쳤소.
하지만 덩광톤, 분명 저들이 여러 편법과 악한 행위를 써서 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은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네. 또한 적어도 그런 행위가 나쁘다고 자네가 생각할 것이라 믿네. 우리는 분명 도덕적으로 도둑질이 나쁘다고 대부분 생각하고, 법은 그것을 금한다네. 하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도둑들이 있지. 도둑들이 있다고 하여서, 자네 또한 도둑이 될 것인가? 누군가가 악을 행한다고 하여서 자네 또한 악인이 될 것인가? 나는 선한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을 것이가 믿다네. 우리가 분노해야할 것은 저 악을 행하는 캐새키들이 대가를 치르지 못하는 것이지, 우리 자신이 선을 행한다는 것이 아니네. 나 또한 군대르타의 의무는 신성하지만, 그 대우는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럼에도 나는 의무이기에, 선을 행하기에 군대르타로 기쁜 마음으로 가는 것이네. 만약 법이 바뀌어 군대르타에 대한 대우가 좋은쪽으로 바뀐다면, 이러한 부정적인 시선 자체도 조금은 사라지지 않겠나?
그렇습니다, 초하라테스....나는 말을 잊지 못 하였소.
우리는 꽤 긴 대화를 나눈 것 같군, 잠깐 한숨 좀 돌리도록 하지, 이제 가야할 시간이 정말로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매순간 느끼고 있다네, 초하라테스가 웃으며 말했소.
잠깐만요, 초하라테스! 지금까지의 대화는 잘 이해했지만, 여전히 군대르타의 해악이 남아있습니다! 그때 이영드라가 외쳤소.
오, 그것은 무엇인가, 또다른 논쟁의 거리로군. 초하라테스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소.
그것은 사랑입니다, 초하라테스! 군대르타는 연애에 있어서 악이에요! 이영드라가 말했소.
사랑이라,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겠나, 이영드라? 초하라테스가 말했소.
네, 알겠습니다, 초하라테스, 잘 들어주세요. 알다시피 남자들은 군대르타로 강제적으로 2년이라는 세월동안 끌려갑니다. 그 2년이라는 세월동안 분명히 이런저런 자유를 박탈당해요. 당신이 말했던 것처럼 설령 그것이 의무일지라도 2년이라는 시간동안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은 사실이에요. 이 2년이라는 세월동안, 이미 사랑하는 자가 있었던 자는 사랑하는 이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제약을 받고, 사랑하는 자가 없었던 자 또한 사랑할 연인을 만들 기회를 잃어버려요. 즉, 군대르타는 사람에게 연애를 할 기회를 박탈하는 곳이죠. 사랑의 멋짐을 모르게 만드는 군대르타가 어찌 악이 아니라고 할 수 있나요? 이영드라가 외쳤소.
아아, 아주 멋진 연설이었네, 그래, 사랑의 힘은 위대하지, 초하라테스가 박수를 치며 말했소. 누군가가 사랑이란 것을 발명했다면, 그는 가장 위대한 자일 것이야, 그렇다면 이영드라, 나 또한 자네에게 물어볼 것이 여럿 있다네, 왜냐하면, 나는 분명 어떤 사랑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지. 하지만 자네는 적어도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것 같으니, 나의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있겠지, 이 무지한 늙은이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겠지?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대답하죠, 초하라테스.
그래, 그래, 이영드라, 그렇다면 우선 자네가 말하는 사랑에 대해 정의해 줄 수 있겠나? 초하라테스가 물었소.
제가 말하는 사랑은 주로 남녀 간의, 간혹 남남이나 여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서로를 이성적으로 사랑하는 그러한 사랑을 말해요, 초하라테스, 이영드라가 말했소.
흠? 그렇다면 자네가 말하는 사랑은 그것이 전부인가? 내가 묻고 싶은 것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등의 사랑은 사랑이 아닌가? 초하라테스가 물었소.
아니죠, 그런 것 또한 적어도 사랑의 한 종류이긴 하죠, 다만 제가 말하는 바와는 다릅니다. 이영드라가 말했소.
흠, 어쨌든 적어도 모성애 또한 사랑의 한 종류이긴 한 것이군. 초하라테스가 말했소. 그렇다면 말해주게, 이영드라, 나는 간혹 군대르타로 떠난 사이, 상당히 많은 연인들이 헤어지는 것을 들었네. '원래 군대르타 오면 다 깨진다,'와 같은 말 또한 들었을 정도이면 이 현상 자체가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겠지. 말해주게, 이영드라, 서로 사랑한다는 한 쌍이 왜 어느 한 쪽이 군대르타에 간 사이 사랑이 식는 것일까?
저는 그렇지 않지만, 아무래도 2년이라는 시간동안 서로 떨어져있고, 만나고 싶을때 만날 수 없어서 사랑이 식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초하라테스, 이영드라가 말했소.
그렇다면 말해주게, 이영드라,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가 군대르타에 자식을 보내고,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사랑이 식는 경우가 있을까? 자식이 군대르타에 간 후 자식에 대한 사랑을 버리고 어머니로서의 의무를 버리는 부모가 있을까? 초하라테스가 물었소.
아니요, 없을거에요. 이영드라가 말했소.
이상하군, 어째서 어머니의 사랑은 자식을 결코 버리지 않는데, 연인의 사랑은 간혹 식어버리는 경우가 있을까? 그렇다면 이것은 어머니의 사랑이 연인의 사랑보다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될까? 내 말은 어머니의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지만, 연인의 사랑은 변할 수도 있다, 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까, 이영드라? 초하라테스가 물었소.
아무래도 모성애와 비교하면, 흔히 모성애를 가장 숭고한 사랑이라고 말하니, 연인의 사랑보다는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겠죠, 초하라테스, 이영드라가 말했소.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꼭 모든 연인이 군대르타에 연인을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헤어지진 않는다네. 그렇다면 헤어지는 연인과 헤어지지 않은 연인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것에 관해서 더욱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이영드라? 초하라테스가 물었소.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단순히 헤어지지 않은 연인들이 더욱 서로를 사랑한다, 와 같은 말로서 해결을 할 수 있지만, 우리 탐구하는 자들은 그러한 대답으로는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네, 그렇다면 더욱 서로를 사랑한다, 혹은 이들의 차이점은 도대체 무엇인가, 를 다른 언어로 표현을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겠지. 그렇다면 우선 다른 주제로 잠깐 화제를 돌리도록 하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정일세.
우정이요? 이영드라가 물었소.
그래, 우정. 자네도 알다시피, 우정 또한 사랑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다네. 물론 이것은 연인과의 사랑하고는 다른 종류의 사랑일세. 어머니와 자식간의 사랑이 연인과의 사랑이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야. 만약 어떤 이가 어머니를 연인처럼 사랑한다면, 우리는 그를 폐륜아라고 부를 것이네. 즉, 적어도 우정 또한 사랑의 한 종류인 것 자체는 누구나 동의할만한 일일 것이네. 우정은 같은 동성이든, 이성이든, 연인과의 사랑하고는 여러모로 차별되네. 연인과의 사랑이 때로는 육체적인 끌림으로까지 이어진다면, 우정은 말 그대로 정신적인 연결로만 끝나는 것이 전부지. 좋은 애인을 사귀는 것이 어려운만큼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 또한 어렵다네. 따지고보면 친구란 존재는 매우 복잡한 존재네. 때로는 스승이 되기도, 때로는 제자가 되기도, 때로는 부모나 연인도 아닌 또다른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기도 하는등 변화무쌍하지. 우정 또한 신뢰라는 관계로 연결되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지만, 그 누군가가 나를 싫어하면 서로 친구라고 할 수 없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신뢰를 가지고 좋아해야만 이 우정이라는 것이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지. 나는 이에 묻고 싶네, 군대르타로 떠난 사이, 우정이 변할 수가 있는가? 내 말은 연인들의 헤어짐처럼 군대르타로 인한 친구들의 헤어짐이 있는가?
아니요, 아마도 없다고 할 수 있겠죠, 초하라테스. 이영드라가 말했소.
그렇지, 적어도 우정이 깨지는 것은 연인들이 깨지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네, 다투는 등의 경우를 말하는 것일세. 그런 것을 제외하면, 적어도 서로 멀리 떨어져있다던지, 자주 만날 수 없다던지의 이유만으로 우정이 깨진다는 것은 없다고 할 수 있지. 초하라테스가 말했소. 그렇다면 나는 이번에는 부부의 관계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네, 꼭 부부의 경우는 아니라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좋은 연인에 관해서야. 이에 관해서는 부부 또한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보네. 자네도 알다시피 부부가 되려면 대개 연인의 과정을 거치네. 적어도 사랑하는 자와 결혼하지 않는 경우는 비교적 드무니까 말이야. 물론 사랑하지 않는 자와 결혼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다른 목적이 있어서이며 행복하지 못하다고 말할 수 있으므로, 제외하기로 하겠네. 즉 결혼은 서로 사랑하는 자들끼리의 결합이며, 이들은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이 변화된 단계라고 할 수 있다네. 이에 동의하는가?
네, 동의합니다. 이영드라가 말했소.
하지만 부부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네, 연인의 헤어짐은 서로가 가슴 아플지는 몰라도 쉬운 일이지만, 부부의 헤어짐은 여러모로 여러 제약이 있으며 그 과정 또한 복잡하지. 즉 부부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결심이 필요하다네, 그렇다면 나는 이에 어떤 것이 필요한가 알고 싶다네. 좋은 부부는 서로에게 가장 좋은 친구다, 란 말이 있네. 나는 이 옛 말을 생각해보고 싶네. 즉 연인이 부부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강한 신뢰, 즉 서로에게 강한 우정이 있어야 된다고.
무슨 말인가요, 초하라테스? 이영드라가 물었소.
즉 이런 것이네. 자네도 알다시피 연인이 되는 것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단순히 서로의 끌림으로 인해서 연인이 되는 미숙한 경우도 존재하네. 말 그대로 서로에게 끌려서,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그런 관계지. 하지만, 이런 관계가 더욱 성숙해지려면, 말 그대로 절대로 끊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려면, 연인을 넘어서 서로에게 신뢰할 만한 친구가 되어야지, 좋은 연인이 될 수 있다고 말이야.즉 단순히 연인보다는 친구이나 연인이 되는 것이 더욱 좋은 커플이며, 이런 커플만이 서로 멀리 떨어지는 경우가 있더라도 서로를 신뢰하며 결코 헤어지지 않을 것이란 말이지. 즉 그냥 연인보다 더욱 상위의 단계는 우정이 가미된 연인이라네. 이에 동의하는가?
네, 동의합니다. 이영드라가 말했소.
만약 군대르타에 끌려가는 것만으로 헤어질 그런 연인 관계라면, 다른 경우에 헤어지더라고 전혀 이상할 것이 없네. 만약 우정이 가미된 연인의 단계라면, 군대르타에 끌려가더라도 서로의 신뢰가 존재하며 결코 헤어질 일이 없으며, 그렇다면 이는 전혀 사랑의 손해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 왜냐하면 적어도 그들의 사랑은 변하지 않을 것이니까.
네, 그렇습니다. 이영드라가 말했소.
그렇다면, 헤어질 연인 관계라도 못 얻을 자들을 생각해보세, 나는 이러한 자들이 군대르타에서 그런 헤어질 연인 관계보다 더욱 뛰어난 우정을 얻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네. 초하라테스가 말했소.
그때 안암고라스가 막걸리 잔을 집어던지며 소리쳤소. 아니 이 사람이 지금 계속 무슨 소리를 하는건가? 오늘은 자네의 송별을 위한 자리이지, 자네가 떠드는 자리가 아니라네!
아아, 안암고라스, 나의 오래된 악우여, 그렇다면 자네와 계속 이 대화를 이어 나가지 않겠는가? 초하라테스가 반가운듯 웃으며 말했소.
군대르타에서 우정이라니, 그것이 무슨 개소리인가? 자네와 나는 같은 사실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네, 아무리 나는 아직 군대르타에 끌려가려면 멀었고, 자네는 오늘내로 끌려갈 예정이라지만, 이것은 너무한 일 아닌가? 말해보게, 초하라테스여, 군대르타에서 과연 우정이 가능할까? 군대르타는 무엇인가? 말 그대로 우리 민주주의 국가를 지키는 가장 반민주주의적인 단체라네. 말 그대로 계급과 명령이 존재하며, 상하관계가 가장 우선시되는 곳이지. 굶주린 선임병들은 후임에게 비누를 줍기를 강요하며, 끝없이 눈을 치우고, 사단장은 나무를 옮기기를 명하며, 행보관이 나타나면 산이 옮겨지고, 죽은 가축들을 처리하며 무상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그런 곳이라네. 그런 곳에서 어찌 자네는 우정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인가, 이 사람이 증말!!
아 분명 자네가 말하는 것인 군대르타의 단점이 될지도 모르겠군, 안암고라스. 초하라테스가 말했소. 하지만 이렇게 오랜만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네와 논쟁을 하게 되니 참으로 재밌으면서도 안타깝군. 하지만 알다시피 군대의 전우애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 아닌가? 만약 전우애, 즉 우정을 얻을 수 있다면, 아예 애인을 얻지 못한 자들에게도 그 나름대로의 보상, 혹은 더욱 좋은 보상이 되지 않을까, 안암고라스? 또한 군대르타에 다녀온다는 것은 사내들에게는 앞으로 평생 우려먹을 추억거리, 혹은 어떤 남자들끼리 모여도 공통점이 생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네, 그렇다면 군대르타에 다녀오는 것은 현재든 앞으로 다가올 미래든, 어떠한 형태로든 우정을 얻기 더욱 쉬운 요소가 되지 않겠는가?
그때 송기아스가 일어서서 외쳤소, 자자 모두들 싸우지 마세요, 아아, 사실은 서로 가장 친한 분들끼리 왜 이러십니까?
그게 무슨 소리인가? 안암고라스가 외쳤소.
헤헤헤, 저는 두 분의 소문을 잘 알고 있습니다. 송기아스가 말했소. 아시다시피 예전에 잘롭비아데스가 퍼트린 소문이죠. 잘롭비아데스의 말에 따르면, 언젠가 두 분이 한 방에서 같이 손을 잡고 나온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두 분에게 저는 해명을 요구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사랑 이야기를 듣는 것이 자질구레한 논쟁을 듣는 것보다는 훨씬 재밌는 일이니까 말이죠.
안 되었지만, 자네의 예상하고는 전혀 다르네. 우리는 그저 우리 사이가 어떠한 관계도 아니란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같은 방에서 그냥 손만 잡고 둘이서 밤을 지새웠을뿐이지. 다만 잘롭비아데스가 그 광경을 보고 착각하여 이쁜 사랑하세요! 란 말을 남기고 소문을 퍼뜨렸지만, 그후 그는 나에게 맞아 듸졌다네. 자네도 그렇게 되고 싶나? 안암고라스가 화난듯이 소리쳤소.
자자, 진정하게, 안암, 하지만 우리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어느 정도 친구 관계가 성립하는 것을 맞는 말이 아닌가? 초하라테스가 말했소. 자네는 최고의 파트너 이자 그만큼 많이 내가 괴롭히고 본인도 힘들어했지만 힘든 시기를 신념 하나로 버텨냈다는 점에서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칭찬해줄만한 고마운 친구라네. 남들이 뭐라고 하든 간에 자신의 소신을 일관적으로 밀고 갈 수 있는 그 성격이 진정한 강점이며 때로는 그 강점이 고지식하고 답답하게도 보이고 남과 의견이 대립할 때 정면으로 마주치는 것을 불사하지 않는 성격이라 얘기하다가 분위기가 심각해질 때도 더러 있지만 조용히 이유를 설명해준다면 조용히 납득하고 받아들이는 일면도 있는 성격이며 책임감이 강하고 소신이 있고 성실한 편이지. 나는 비록 악우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지언정, 자네와 만나고, 친구가 될 수 있어서 참으로 즐겁다네.
그러고보니 두 분의 마피아 게임을 보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었죠, 마치 서로 대립하면서도 두 분이 서로 신뢰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우후후. 문투리아가 외쳤소.
하지만 저는 묻고 싶습니다, 아무리 두 분께서 서로의 사이를 부정하셔도 저희는 때론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 분의 관계는 단순히 우정이라고 할 수 있나요, 아니면 그 이상의 것인가요? 내가 물었다네.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우정 그 이상의 것이라니? 그것이 무슨 말인가? 부부 또한 우정이 가민된 연인일세. 그렇다면, 사랑보다 우정이 더 소중하거늘! 모성애가 아닌 이상, 우정을 이길 것은 아무 것도 없다네, 마치 나와 안암고라스의 관계는 비록 그 표현이 부적절할지는 모르지만, 마치 서로 다투지만, 그 마음속에는 서로를 그 누구보다도 신뢰하는 부부와 같은, 그런 우정이라네. 부디 그런 말로 나와 안암고라스의 우정을 곡해하지 말게나.
흠흠, 안암고라스는 그저 부끄러운듯, 혹은 이미 취기가 오른듯 얼굴이 붉어진채 아무 말 없이 앉아있었소.
밖에는 벌써 그를 재촉하는 트럭의 경적 소리가 울리고 있었소. 우리들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보곤 초하라테스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하였소.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라네, 나는 군대르타로, 자네들은 일상으로. 어느 쪽이 더 좋은 것인지는 오직 미래만이 알 뿐이라네. 첫 휴가 때 다시 이어서 대화를 하도록하지. 그의 말에 우리는 모두 울음을 참을 수 없었소. 한 위대한 영혼과의 만남과 그 만남에서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이별에 너무나도 슬퍼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오.
안암고라스, 나는 국방부에게 비누 하나를 빚졌다네, 부디 면회와주게나. 초하라테스가 마지막으로 말했소.
알겠네, 초하라테스. 그는 흐르는 눈물을 억지로 감추며 말했소. 부디 잘 다녀오게나.
이윽고 우리는 군대르타로 향하는 트럭에 탄 초하라테스를 배웅한 후 모두들 각자 헤어져 집으로 돌아갔다오.
그리고 이것이 초하라테스의 송별에 관한 대화의 전부요, 잘롭비아데스. 이것이 한 위대한 대매의 영혼이 더 넓은 세상으로 우리와 이별을 하게 된 과정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