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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 리뷰[초안]

혼자노는 안 2013. 11. 1. 18:01

 개봉날 막차로 본 영화 [관상] 리뷰한줄평 : 간이 좀 짠 한우 안심 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이 영화를 봤건 안봤건간에 결말을 알고 있습니다. 수양대군이 왕이 됩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많지 않죠. 그건 충녕대군이 훗날 한글을 만들게 되는 것보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서 굶어죽는 것보다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사극의 치명적인 단점은 보는 사람들이 결말을 다 알고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뭔가 더' 있어야 합니다. 창작이나 판타지 사극들이 요즘 뜨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그냥은 뻔하니깐요. 영화 [관상]은 역시 사극에 '뭔가 더'를 첨가했습니다. 이는 크게는 두가지 요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화려한 캐스팅이고, 두번째는 관상이라는 소재 자체입니다. 

 캐스팅은 화려했습니다. '정마담'에서 '연홍'으로 여전히 fatal한 김혜수부터, 연기력 하나로는 이제는 세계구급 배우가 되어가고 있는 송강호(최근 프랑스에서 개봉한 설국열차에 르몽드지는 별점 5점 만점에 5점을 줬다.), '잘생김'의 이정재, '납뜩이' 조정석, '평경장' 백윤식과  최근 '너목들'의 성공으로 떠오르고 있는 신예 이종석까지. 이쯤되면 문자 그대로 초호화캐스팅입니다. 앞서서 말한대로 고기로 따지면 한우고기입니다. 그것도 A++요. 이런 고기는 7광구급으로 태워먹지만 않는다면 평타는 보장된 셈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영화는 보장된 수준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관상이라는 소재 자체의 한계입니다. 관상은 이 이야기의 중심소재가 되고있지 못해요. 먼저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수 있습니다. 관상을 통해서 조정석과 송강호 듀오가 흥하는 1부가 전개되고, 수양대군이 납시면서 2부가 시작됩니다. 그 수양대군이 왕이 되면서 2부가 끝나고 나머지 이야기들인 3부가 나오죠. 1부는 잘 만든 코메디였고 2부는 본격적으로 이 사극이 '역사극'이 되는 부분입니다. 3부는 그 뒤의 이야기들 - 모든 운명이 관상대로 흘러가는 것을 보여준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 세 부분중에서 관상이 이야기의 중심이었던 부분은 1부뿐입니다. 가장 중요한 2부에서는 관상이 극을 끌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수양대군의 권력욕과 그것에 휘둘리는 나머지 사람들이죠. 관상이란 것이 뭐 하는게 없습니다. 한명회를 단번에 알아보지도 못했고, 결국 역모를 막아내지도 못했습니다. 내경와 김종서는 관상을 보는 눈을 가지고도 무기력하게 당하고 말 뿐이고, 관상은 카산드라의 예언처럼 공허하게 퍼지고 끝납니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 부각되었던 것은 수양대군, 이정재의 카리스마입니다. '수양대군 납시오'와 함께 등장한 이정재의 클로즈업 롱테이크는 올해 한국영화 최고의 등장씬이라 하겠습니다. 제작진의 기막힌 재해석과 이정재라는 배우 자체의 매력이 수양대군을 완벽한 Bad Ass로 만들어낸 것이죠. 그 폭풍같은 등장은 코미디가 지배적이던 1부를 쓸어버리고 전혀 다른 분위기의 2부를 전개하기 시작합니다. 그저 등장밖에 안했을 뿐인데 말이죠. 그리고 이 카리스마에 '관상'이라는 소재는 기가 눌려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던 부분은 3부입니다. 3부는 디테일한 부분들에서 조금 루즈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예를 들어 수양대군이 활로 진형(이종석)을 겨누고 진형이 쓰러진 뒤에 내경과 팽헌이 오열하는 장면들은 그렇게 열심히 슬로우 모션을 넣으면서 질질 끌어야했던 부분이 아닙니다. 이미 영화의 긴장은 최고조에서 내려온 다음이니깐요. 

 결말 역시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한명회가 내경을 찾아가서 관상평을 듣고, 그 뒤에 다시 현재시점에서의 한명회의 독백이 나오고, 다시 또 기어이 자막을 통해서 한명회가 차후에 목이 잘렸다는 얘기를 한 것은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절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차라리 한명회가 내경을 찾아간 장면에서 끝내는 것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내경이 한명회의 상을 쭉 보고는 '목이 잘릴 상이로다' 하고 영화를 아예 끝내버리는 것이죠. 그러면 이제 한명회가 부관참시 당하게 되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 순간에 소름이 쫙 돋게 되고, 한명회의 차후 운명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제 집에가서 찾아보고는 소름이 돋게 되는 것이죠. 불친절한 결말이지만, 오히려 그런 결말이 더 세련된 결말입니다. 설국열차처럼 말이죠. 

 결론을 내도록 하죠. 한줄평에서 저는 간이 좀 짠 한우 안심 찜이라고 이 영화를 평했습니다. 지겨워지는 3부의 연출이 소금을 좀 과하게 친 느낌이 들었고

, 관상이라는 소재는 안심 부위로 찜을 찐 것 처럼 겉돌았다고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에요. 고기는 여전히 한우고기입니다. 그리고 찜도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아요. 다만 그것이 가장 장점을 발할 수 있는 형태는 아니었다는 것이죠. 확실히 평균 이상의 영화였고, 데이트하다가 그냥 보고 나오기에 실망스러운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이 영화가 900만이나 되는 사람을 불러올 정도의 영화였는가 하면 그 역시 아니었다는 거에요. 그냥 대진운이 조금 많이 좋았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