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 시- SEOUL REVISTED- JHALOFF
한강 찬가 6
-SEOUL REVISITED 2015 -
3년의 방랑 끝에
돌아온 탕아로서 나는 왔지,
자, 다시 흘러가볼까,
내 흔적을 흉터로 만들기 위해,
거리로 가득한 도시의 허리를 끊어볼까.
어디로 가든, 어디로 오든,
너에게서 도망칠 순 없겠지,
그 커다란 아가리는 요참을 집행한다.
아합과 모비가 서로 뛰놀고,
말론이 종이 가면을 쓰곤 희희낙락 떠들며,
바다악어 떼와 작살로 맞서던 해적들의
침몰한 배가 판자로 둥둥 내려온 곳도,
모두 모두 이곳이었지.
야호, 내 혈관에 흐르는 고향의 흔적은
이미 네가 완전히 삼켜버렸다,
나일의 범람처럼, 나도 집을 잃었지만
독립운동을 하거나, 민족을 파는 것은 관심 없어,
범세계적인 형제애도 이제는 진부하지!
그저 세계가 이 강 속에 있다.
그래서 난 이 강만을 가슴에 품는다!
강바닥을 기는 앉은뱅이는
종점의 기적을 펼치겠지,
내가 바로 그 재림한 메시아야!
그들이 나를 다시 박해할까? 물론!
그럼 한강을 걷는 기적으로 구원해볼까? 아니!
흑사병이 머무는 서울에서
휴가를 다시 보내보자.
도시여, 강이 너의 또 다른 이름이로다.
한강 묵시록 11
-SEOUL REVISITED 20002-
2억년이 흐르면 서울의
폐허에서 강의 화석을
미래의 존재들이 캐어내겠지:
반쯤 돌로 변화한 자동차 철골들,
서로 한 몸이 되어버린 재와 먼지들,
그리고 ― 수 조개의 내 원자 한 무더기!
시간을 거스르며 그들은 강줄기를 찾아 헤매겠지,
그러나 아무것도, 아무것도! 알 수 없을 거야 ―
냉동인간이 된 나는 빙하로 된 관에서
사라진 가짜 햇살을 받으며 깨어나겠지, 시간을 착각한 채!
‘2만년이 흐른 서울로 나는 또다시 돌아오고 말았다!’
그렇게 외치리라!
변하는 것은 없어, 아무것도
아무것으로부터 나올 수 없으니까!
강줄기는 강줄기만을 낳을 거야,
2만년이 흐르든, 2억년이 흐르든, 너는
무심코 흐르며 침묵하겠지, 그러니
너와 한 몸이 되어선 파문을 일으키며
나는 저항하고, 또 저항하리라, 그리곤 도망치기 위하여
언제나 그렇듯 네게로 돌아오리라, 2억년 후에도!
그래서 난 너를 사랑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2조년 후의 나를 받아주는 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