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unsaram 2013. 12. 20. 23:49

불치병

 

 

끝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더 이상 가망 없는 것들을 사랑한다

내가 낳은 통증의 생김새를

아낌없이 상상한다

 

기울어진 석양

겁에 질린 동물처럼

사다리를 타고 오르면

문 속에 문이 있고

짓다 만 거미집이 늘어진다

 

그물의 형상

손잡이 없는 찻잔이

빙글빙글 기만하고

홀수 명의 모임은 언제나

공정할 줄을 모른다

 

테이프가 끊길 때까지

감고 감아도 만날 수 없는

건너편의 아픔

 

또 하루를 중얼거린다

 

(2013.12.20.)


역시 이럴 때는 시를 써야 한다.

못 써도 써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