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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이전 안내 똥을 그만 싸고자 하는 다짐을 새로이 하며, 정든 배설을 떠나 5년 전 만들어서 버려 두었던 개인 티스토리로 플랫폼을 이전하여, 로 재단장합니다. 똥보단 불똥이 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https://langueaddict.tistory.com/ 예전에 써 두었던 글도 하나씩 옮겨 볼 생각입니다. 더보기
기후변화와 읽지 못할 책의 무덤과 세상의 끝 요즘 부쩍, 생이 길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글을 읽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그 업이 끝나면 피로한 심신을 책을 읽으며 쉬이고 싶은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그렇게 책을 읽는데도 읽어야 할 책이 산더미처럼 불어만 가는 것이 더 기묘한 일이다. 한번 펴든 책은 끝까지 읽어야만 하는 성미도 아니다.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책은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얼마나 가벼운 읽을거리든, 주저하지 않고 내려놓는다. 그럼에도 읽을 책이 줄어들지 않는다. 그레타 툰베리는 자신의 생이 반도 지나기 전 우리가 아는 모습대로의 지구가 수명을 다할 것을 걱정한다. 어쩌면 내가 죽기 전에 책을 만들 수 있는 나무가 죽어 없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며, 세상이 드디어 끝에 다다라, 책이 되어 나에게 다가올 수 있는 이야기도 .. 더보기
백년의 고독 아프고 따갑고 슬프고 갓 돋아난 새살처럼 괴롭도록 보드라운 것들로부터 한없이 내달려 봐도, 결국은 그 모든 것을 혼자 마주해야 한다. 정오가 되기도 전에 버번 위스키 반 병을 비우고 까무러쳐 보기도 하고, 성경책을 펴 좋아했던 시편들을 흰 종이에 정성껏 베껴 쓰기도 했다. 결국 나는 나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것을 알고 마음이 십수 년 만에 편안해졌다. 그리하여, 내 곁에는 흰 당나귀 대신, 내가 먹는 것은 모조리 빼앗아 먹기를 예사로 아는 버릇 나쁜 고양이가 한 마리 있으며, 또한 나타샤 대신 -- 구멍 난 양말을 버리지도 않고 신고 다니는, 남의 고통에 대해 기이하리만큼 무심한, 슈퍼히어로 액션 영화를 즐겨 보는 -- "좋아하다"를 아직도 종종 "촣아하다"라고 쓰는, 내가 다 못 먹고 접시에 남긴 음식을.. 더보기
대책 없는 여자 대책 없는 여자 도망치듯 살아온 네게, C가 몇 년 뒤에 살고 싶은 곳을 찬찬히 생각해 보잔다. - 아마 내가 너보다 일찍 졸업할 테니까, 나는 일단 보스턴 근처에 취직해도 좋을 것 같아. C사[社]나 S사는 매사추세츠에도 연구센터가 있고. 그게 아니면 미니애폴리스 주변이나 서부에도 생각해 둔 곳이 몇 군데 있어. 화학 회사에 들어가면 돈을 많이 벌 테니, 네 고양이가 좋아하는 사슴고기 캔도 실컷 살 수 있다는 말에 너는 피식 웃는다. - 나도 사슴고기랑 토끼고기 먹을 줄 아는데. - 넌 키릴만큼 안 귀엽잖아. 살고 싶은 곳이라. 작년 여름 차를 타고 사막과 초원을 몇 시간이고 가로지르던 어느 날, 옆 좌석에 앉았던 누군가 네게 물었었다. - 그럼 지금까지 세계 여러 곳에서 여행도 해 보고 살아도 본 거.. 더보기
어제와 오늘의 날씨 문학적 would you rather, 게임 제 3문항: 당신 스스로가 홀든 콜필드와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래요, 아니면 아직도 홀든 콜필드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과 결혼할래요? 아마도 완벽주의자는 더 미련[未練]에 취약한 것이 아닌가 한다.미련이라는 말은 채 다 익히고 훈련되지 못했다는 뜻이니, 아마 미완의 모든 것에는 -- 통상 말하는, 해결되지 못한 연정 같은 것과는 전혀 딴판의 의미로 -- 미련이 남을 것이다. 미련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은 그래서 아무래도 이루지 못한 꿈일 것이다. 어차피 이루어질 수 없었던, 유산된 꿈들에 대한 멜랑콜리아. 이제는 접고 닫고 묶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 지저분하고 질척한 것들 -- 세상의 끝 어딘가에서 혹 이루어졌을지도 모르는 꿈들을 -- 하나씩 .. 더보기
새해에는 레벨 업 새해에는 사랑이나 행복이나 온전함을 찾는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래도 좋다는 생각이 십수년 만에, 처음으로 들었다. -- 다만 혼자 술 마시는 일도 그만두기로 했다. 블레이크의 지옥을 생각하며. To this day they dwell In a lonely dell, Nor fear the wolvish howl Nor the lion’s growl. 더보기
요리책 한 권을 사 들고 돌아오는 것 054. 두릅과 미나리 소테, 파트 필로로 싸서 구운. 산나물은 튀김으로 먹어도 맛이 좋다. 치즈의 유지방을 더하고 얇은 파트 필로로 싸서 구워, 기름과의 궁합을 살렸다. 재료 (7cm짜리 세르클틀 7개 분량) 두릅, 20개미나리 (듬성듬성 썬 것), 1단 분량건포도, 2큰술카망베르치즈, 1개 (약 100g)민트, 1팩파트 필로, 가로세로 15cm * 21장올리브오일, 적당량소금, 후추, 적당량씩 1. 두릅은 받침을 잘라내고 씻는다.2. 올리브오일을 조금 두르고 1과 미나리를 볶은 다음,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서 식힌다.3. 볼에 2와 건포도, 손으로 찢은 카망베르치즈, 민트를 넣어 버무린 다음, 소금, 후추로 간을 해서 냉장고에 넣고 식힌다.4. 틀에 가로세로 15cm 크기로 자른 파트 필로를 3장씩 .. 더보기
칼로프의 탄생 - 안암의 의문에 대하여 칼로프의 탄생 - 안암의 의문에 대하여 안암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선 나 자신이 안암이 아니므로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나는 반오십의 세월 중 상당한 기간을 알고 지냈으며 기억할 만한 추억도 있기에 안암을 좋아하며 존경할 만한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는 어느 날 안암은 내게 물었다.여러 의문이 있었지만, 그 중 하나는 이고르 칼로프와 나의 시에 관한 의문이었다. 안암은 내가 런던 시절부터 써온 연작시 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나 자신이 그 작품으로 어떤 문학상 본선에까지 올랐지만 탈락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안암의 의문은 다음과 같다: 내가 올린 이고르 칼로프에 관한 글은 내가 썼던 시들의 폐허로 구성되어있다. 이는 결국 문학상을 수상하지 못한 도피의 결과물이 아닌가? 그와 이런저런 대.. 더보기
연작 시- SEOUL REVISTED- JHALOFF 한강 찬가 6-SEOUL REVISITED 2015 - 3년의 방랑 끝에돌아온 탕아로서 나는 왔지,자, 다시 흘러가볼까,내 흔적을 흉터로 만들기 위해,거리로 가득한 도시의 허리를 끊어볼까. 어디로 가든, 어디로 오든,너에게서 도망칠 순 없겠지,그 커다란 아가리는 요참을 집행한다.아합과 모비가 서로 뛰놀고,말론이 종이 가면을 쓰곤 희희낙락 떠들며,바다악어 떼와 작살로 맞서던 해적들의침몰한 배가 판자로 둥둥 내려온 곳도,모두 모두 이곳이었지. 야호, 내 혈관에 흐르는 고향의 흔적은이미 네가 완전히 삼켜버렸다,나일의 범람처럼, 나도 집을 잃었지만독립운동을 하거나, 민족을 파는 것은 관심 없어,범세계적인 형제애도 이제는 진부하지!그저 세계가 이 강 속에 있다.그래서 난 이 강만을 가슴에 품는다! 강바닥을 기는 .. 더보기
호로자식 이야기 할아버지는 이미 묫자리를 정하셨단다. 사람이 한 번도 묻힌 적이 없는 자리는 수천만 원 수준으로 비싸고, 2-3년 전에 사람을 묻었다가 이장한 자리가 그나마 그 다음 등급이란다. "아부지, 채린이 이제 가면 못 봐요." "왜 못 봐, 시집 갈 때 오겠지." 고모는 너를 옆으로 따로 불러내어 호주머니에 오만 원 짜리 지폐 몇 장을 찔러 넣어 주었다. 너 러시아 가기 전에 한 번 더 와라. 진짜로, 못 봐, 그러고는. 그것이 단순한 용돈 차원이라고는 너는 -- 아마도 네 양심이 저린 탓이겠지만 -- 도무지 생각할 수가 없었다. 제 시간 내는 일에 대한 돈을 미리 챙겨 받고서야 부모님을 찾아 뵙는 호로자식, 이 되어 버린 기분이다. 식사하신 그릇을 가져다 씻는다. 네가 살아오면서 할아버지의 식기를 닦아 본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