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 썸네일형 리스트형 백년의 고독 아프고 따갑고 슬프고 갓 돋아난 새살처럼 괴롭도록 보드라운 것들로부터 한없이 내달려 봐도, 결국은 그 모든 것을 혼자 마주해야 한다. 정오가 되기도 전에 버번 위스키 반 병을 비우고 까무러쳐 보기도 하고, 성경책을 펴 좋아했던 시편들을 흰 종이에 정성껏 베껴 쓰기도 했다. 결국 나는 나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것을 알고 마음이 십수 년 만에 편안해졌다. 그리하여, 내 곁에는 흰 당나귀 대신, 내가 먹는 것은 모조리 빼앗아 먹기를 예사로 아는 버릇 나쁜 고양이가 한 마리 있으며, 또한 나타샤 대신 -- 구멍 난 양말을 버리지도 않고 신고 다니는, 남의 고통에 대해 기이하리만큼 무심한, 슈퍼히어로 액션 영화를 즐겨 보는 -- "좋아하다"를 아직도 종종 "촣아하다"라고 쓰는, 내가 다 못 먹고 접시에 남긴 음식을..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