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 썸네일형 리스트형 호로자식 이야기 할아버지는 이미 묫자리를 정하셨단다. 사람이 한 번도 묻힌 적이 없는 자리는 수천만 원 수준으로 비싸고, 2-3년 전에 사람을 묻었다가 이장한 자리가 그나마 그 다음 등급이란다. "아부지, 채린이 이제 가면 못 봐요." "왜 못 봐, 시집 갈 때 오겠지." 고모는 너를 옆으로 따로 불러내어 호주머니에 오만 원 짜리 지폐 몇 장을 찔러 넣어 주었다. 너 러시아 가기 전에 한 번 더 와라. 진짜로, 못 봐, 그러고는. 그것이 단순한 용돈 차원이라고는 너는 -- 아마도 네 양심이 저린 탓이겠지만 -- 도무지 생각할 수가 없었다. 제 시간 내는 일에 대한 돈을 미리 챙겨 받고서야 부모님을 찾아 뵙는 호로자식, 이 되어 버린 기분이다. 식사하신 그릇을 가져다 씻는다. 네가 살아오면서 할아버지의 식기를 닦아 본 일.. 더보기 이전 1 다음